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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Feb 08. 2020

YOLO는 가라, 이제는 FIRE다

스콧 리킨스, <파이어족이 온다> 독후감

 "인생은 한 번 뿐이에요. 그러니까 즐기고 살아요!"


 한때 우리를 사로잡았던 YOLO가 사그라들고 있다. 서점가를 가득 메웠던 "떠나라!" "즐겨라!" "퇴사해라!"가 사라져 가고 있다. 

 YOLO가 유행했던 것은 한국사회 특성 중 하나인 '욕구 추종에 대한 인색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술 마시지 마라, 담배 피우지 마라, 염색하지 마라, 지각하지 마라, 조퇴하지 마라, 여행 가지 마라, 섹스하지 마라 등등, 하지 말라는 게 많아도 너무 많다. 오죽하면 그런 지적을 일삼는 사람들을 일컫는 '유교 탈레반'이라는 말까지 있을까.

 욕구는 억누른다고 눌러지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 조상님들은 물레방아 아래서 정분을 나누었고, 후손들은 YOLO를 외치게 되었다. 한마디로 너무 눌려서 터져 나온 반작용이었던 것이다.

 사실 YOLO의 의미가 소비지향적 문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말을 잘못 받아들인 사람들은 1. 회사를 때려치우고 2. 여행을 갔다. 그리고 그로 인해 예상치 못한 하나의 결과가 발생했다.

 3. 다시 취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대 취업난의 시대다. 모두가 들어가고 싶어 하는 직장에 모범생과 YOLO맨이 있을 때 면접관이 YOLO맨의 손을 들어주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왜? 언제 떠날지 모르니까!


 

 마음껏 즐기고 위기에 처한 YOLO족들은 다시 구직을 시작했고, 그 자리를 메꾸는 새로운 유행이 나타났으니 그게 바로 FIRE다.

 FIRE는 Financial Retirement의 줄임말이며, 빠른 경제적 자립-더 이상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을 이루어 은퇴를 하자는 운동이다.

 이들의 목표는 '젊을 때 즐기자'가 아니라 '젊고 건강할 때 모으자'다. 그래야 금융위기에 대비할 수 있고, 나아가 순조롭게 계획이 진행된다면 이른 나이에 은퇴해 시간적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책 <파이어족이 온다>에서는 몇몇 파이어족의 실제 인터뷰가 나오는데 이 중에는 30대에 은퇴한 사람도 있고 캠핑카에 살면서 렌트비를 아껴 4명의 아이를 입양한 사람도 있다. 이들은 자기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느끼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최대한 젊은 날의 소비를 아낀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조기 은퇴를 위해서는 상당한 무리수가 동반된다. 매일 도시락 싸다니기, 친구 만날 때도 도시락 가져가서 먹기, 친구와 외식하는데 친구가 술을 마셔도 나는 마시지 않기 등등 궁상맞게 보일 수 있는 부분들도 있다. 저자도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쓰고 싶은 것 다 쓰면서 어떻게 돈을 모으겠는가! 젊어서 펑펑 노는 것보다 이른 은퇴를 통해 자기 꿈을 실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희생이 동반되어야 하고, 그 희생이 바로 음주가무와 사회생활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도 FIRE운동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과소비를 하며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니면 더더욱 아끼면서, 한 푼 두 푼 알뜰하게 모아 나의 재정적 자립을 이루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과소비의 시대,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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