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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Feb 08. 2020

2개월간 78대의 장애인구역 주차차량을 신고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작은 양심

 지난 11월쯤인가 출근하는데 이상한 광경이 보였다. 장애인주차구역에 3칸이 있는데 3칸 모두가 차 있었던 것이다. 아마 그전에도 그런 양상이었겠지만 그날따라 확인해보고 싶어진 나는 앞에 가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놀랐다. 세 대가 모두 비장애인차량이었던 것이다. 해도해도 너무하다 싶어 나는 <생활불편신고> 어플을 설치했고, 모조리 신고를 했다.

 그런데 퇴근길에는 더욱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아침의 차 세 대는 나가고, 이제는 다른 비장애인 차량 세 대가 새롭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모조리 신고해 버렸다.

 그 뒤로 2개월이 지났다. 오며가며 신고한 횟수가 오늘까지 78건이 되었다. 이 중 3건 정도만 잘못된 신고-장애인 주차가능 스티커가 있음에도 내가 인지하지 못함-였고 나머지는 모조리 과태료가 부과되었다. 참고로 비장애인이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할 경우 과태료가 10만원이고, 2칸을 차지하거나 입구를 막는 등의 행위를 하면 과태료가 50만원이다. 그러니 그동안 내가 국가에 걷게 해준 과태료만 해도 최소 750만원은 되는 것이다.

 내가 정말 씁쓸하게 느낀 것은 2개월을 거의 매일같이 신고를 하는데도 좀처럼 장애인 주차구역이 비워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초기에 있던 1,2,3 차량을 신고해서 그들이 안 오게 되면 새로운 4,5,6이 나타나서 주차를 했고, 4,5,6을 신고해 처리하면 또 7,8,9가 생겨났다. 1개월이 넘었을 때는 대체 이 동네의 민도가 어떻게 돼 먹었길래 이 지경인가 싶어 진절머리가 났다.

 그래도 나는 계속 신고했다. 오직 계속 신고하는 것만이 동네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심지어 어떤 차량은 일주일 동안 4번 신고를 했다. 어떻게 밤마다 거기다 차를 댈 수 있는지? 대체 양심이라곤 어디다 팔아먹었나 싶을 정도였다.

 물론 동네에 주차공간이 아주 넉넉한 편은 아니다. 나도 때로는 밤늦게 돌아와 주차공간을 찾느라 10분 정도를 빙빙 돌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게 주차공간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집에서 몇백 미터 떨어져 있더라도 반드시 공간이 있기는 하며, 조금 걷는 수고만 감수하면 되는데 그게 싫어서 얌체처럼 장애인의 자리를 빼앗는 사람들이 이 동네엔 너무도 많았던 것이다.

 장애인과 노약자는 언제나 배려해야 할 대상이다. 우리에겐 오백 미터 걷는 게 별일이 아니지만, 그들은 오백 미터를 걷는 게 삼십 분, 아니 한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잠깐의 자기 편의를 위해 불편한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한다면 어찌 부끄럽지 않으랴. 부디 과태료 고지서를 받고 화내기보다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을 돌아보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길 바란다.


* 간혹 신고하는 사람을 발견해 따지고 윽박지르는 차주가 있다고 들었다. 대개 몰염치한 인간은 끝까지 몰염치 하여, 자기가 잘못해놓고서도 신고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 양 달려드는 경우가 있을 법 하다. 그러니 잘 숨어서 신고하던가, 만약을 대비해 범죄방지용 CCTV가 비추는 곳에서 신고를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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