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송 Feb 21. 2020

나이 32살, 새로운 감각의 요통을 알게 되었다

과로한 날의 일기

 최근 직장을 옮겼다. 한의원에서 한방병원으로. 선배들은 나중에 결국 한의원을 차릴 거라면 한방병원에서의 근무 경험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나는 그냥 궁금했다. A한의원, B한의원, C한의원 이렇게 세 곳을 다니는 것보다 나는 A한의원, B한방병원, C요양병원을 다니는 것을 선호한다. 왜? 그 편이 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으니까.

 실제로 병원급 의료기관에 가 보니 작은 한의원에서 일하는 것과 다른 점이 많았다. 여러 차이점이 있지만 환자를 봄에 있어서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역시 '입원치료'와 통원치료의 차이다. 한의원에서는 집에 머물면서 (또 직장에 다니면서) 일주일에 한 두 번 오는 환자를 치료해야 하고, 때문에 내가 행하는 치료 외의 요인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예를 들어 요통 환자가 있는데 내 예상보다 호전 속도가 더디다면 최근 업무가 과중하지는 않은지, 집이 아닌 곳에서 잠을 자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체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입원시켜 치료하는 한방병원의 경우, 외부요인의 개입은 확연하게 적어지기 때문에 환자의 호전 속도가 좀 더 빠르고 매일 두 번씩 치료를 하다보니 경과를 자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환자 치료 외에 큰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로딩'이다. 전에 있던 한의원에서는 하루에 적으면 5명, 많으면 30명 정도의 환자를 보았다. 그 중 추나치료를 받는 사람은 하루 5명 내외였다. 그런데 한방병원에 오니 적어야 하루 10명이고 많을 때는 20명을 넘는다.

 오늘은 오전 3시간 동안에 무려 18명에게 추나치료를 해 주었다. 시간당 6명이고 한 명에 5~10분 정도가 소요되니 거의 쉬지 않고 일을 한 셈이다. 정신없이 오전진료를 보고나서 오후에는 60명의 입원환자에게 침치료를 했고, 그 후에도 추나와 침치료를 병행했다. 정말 바쁜 금요일을 보낸 것이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하다보니 이상한 통증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허리뼈 가운데를 중심으로 강하게 누르는 것 같은 통증이 생겨 더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이런 통증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내가 겪은 요통이라고는 데드리프트 같은 근력운동을 지나치게 해서 생기는 척추 양쪽의 기립근을 위주로 하는 뻐근한 느낌의 근육통, 그리고 지나치게 침대에 오래 누워 있어서 생기는 요추와 천추를 잇는 부분의 뜨끔거리는 느낌이 전부였다. 이번에는 아예 새로운 형태의 요통을 겪게 된 것이다.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침대에 누워 생각하니 조금 우습다. 그간 환자들이 척추 가운데가 아프다는 말을 할 때 나는 그것을 상상하느라 애를 써왔다. 나에게 요통은 척추 양옆 아니면 요천부가 전부인데 왜 뼈가 아프다는 말을 할까? 물론 책으로 배워서 그런 양상의 통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겪지 않은 것에 몰입하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척추 양옆의 근육이 아니라 그 가운데가 쨍하게 아픈 요통도 있다는 것을.

  이것은 이제 육체가 노화로 접어든다는 신호기도 한 것일까? 어디선가 인간의 육체는 30세 전후로 노화에 접어든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물론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적절한 운동으로 70세에도 신체나이 40세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나도 알지만 어쩐지 묘한 기분이다. 노화. 언제까지나 남의 이야기 같았던 그것이 나에게도 엿보이게 된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2개월간 78대의 장애인구역 주차차량을 신고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