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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을 할까 말까, 대구 친구에게

코로나가 점점 확산되는 중간에서

by 유송

코로나가 아직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타지역은 그래도 확진자가 많이 느는 것 같진 않은데 대구 경북 지역은 하루에도 수백 명씩 늘어나고 있다. 수백 명이 늘어난다는 것이 인구 대비 적어보일 수 있으나 치사율이 1~2%라는 것을 감안하면 미래의 사망자가 매일 한두명씩 늘어나는 것과 같다. 그 한두명 역시 누군가의 어머니요, 아버지다. 마음이 무겁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사는 경기 서남부 지역은 아직 확산세가 강하지 않다. 확진자가 서너명 나오긴 했으나 내가 주로 다니는 곳과는 판이하게 다른 곳을 거쳐 다녔고, 그래서 별다른 위기감도 생기지 않았다. 거리에서 사람들은 마스크를 아주 잘 쓰고 다니고 있으며, 나름대로 자신만의 평화를 찾은 듯도 하다.

그런데 나는 친구가 걱정이다. 대구에서 한의원을 하고 있는 내 친구가.

30대 초반의 한의사-대부분 이 때 첫 개원을 시도한다-가 업장을 운영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30대 초반 한의사가 아니라 30대 초반 '자영업자'라고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 30대 초반은 대개 회사에 다닐 나이지 자기가 무슨 사업을 꾸려나가기엔 이른 나이다. 하지만 한의사들은 뛰어든다. 4~5년 익혔으면 한 번 해볼만하다 싶기도 하고, 어차피 평생 해야 할 한의원이라면 하루라도 먼저 자리잡는 게 좋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쉽겠는가. 보기엔 그냥 진료실에 앉아서 상담이나 하고 침이나 놓는 것 같아도 자영업자의 삶은 언제나 고달프게 마련이다. 이달에 지출은 얼마일지, 수입은 얼마일지, 혹시 나가는 직원은 없는지, 한의원 물품 중에 갑자기 사라지는 건 없는지, 환자가 불평을 하진 않는지, 뜸을 뜨다가 화상을 입는 사람은 없는지 참 구구절절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경 쓸 게 많다. 한의원 원장은 이러한 문제를 오롯이 혼자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헌데 코로나라니. 설상가상, 진퇴양난도 이렇게 심할 수는 없다. 병의원마다 사람의 발길이 끊겨 자발적으로 한 달간 휴업을 신고하는 의원이 생겨날 정도다. 현재 코로나가 가장 심하게 퍼지고 있는 대구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다. 아니, 상상조차 하기 죄스러울 정도다. 그 길거리에 흐르는 적막이 얼마나 무거울지, 그 거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의 가슴이 얼마나 무거울지.

이와중에 밥그릇 걱정이냐고 할 수 있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누구도 홀로 살아가지 않는다. 그들에게 보살핌을 준 부모가 있어온 것처럼, 그들은 보살펴야 할 가족이 있을 것이다. 비단 가족뿐 아니라 직원의 월급을 주는 것도 문제다. 환자가 오지 않는데 무슨 수로 돈을 벌어 월급을 주겠는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구에게 전화 한 통 걸어 "힘들지?" 한 마디 꺼내기도 조심스럽다. 사실 지난주에는 한 번 연락을 했었다. 가볍게 카톡으로 이런저런 안부를 묻고, 3월에 서울에서 친구들끼리 얼굴 한 번 보자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 때가 막 대구 신천지가 문제로 떠오르던 참이었는데, 이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친구는 잘 지내고 있을까? 카톡으로라도 안부를 또 물어야 할지, 아니면 전화 걸어 힘내라 말을 해주어야 할지, 그도 아니면 가만히 있어주는 게 나을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저 바라건대, 어서 이 끔찍한 상황이 끝나고 친구가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친구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어려움에서 벗어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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