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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r 02. 2020

왜 이렇게 신천지가 많냐니, 다 취업난 때문이죠

 어제 식당에 갔는데 옆 테이블에서 모두 신천지 이야기를 했다. 고위직에도 많아서 명단을 안 줬다더라, 그래서 이재명이 압수했다더라... 저녁에 식당을 갔더니 또 옆 테이블에서 신천지 이야기를 했다. 모르긴 몰라도 전 국민이 하루에 한 번은 신천지 이야기를 하는 게 요즘의 국룰인 것 같다.

 사실 감염자가 하루하루 느는 걸 보면서 나도 놀라긴 했다. 이번 신천지 코로나19 감염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그냥 10만 명 정도 되는 하나의 종교인가 보다 생각만 했지, 이렇게 주변에 구석구석 다 퍼져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대구와 광주를 오가며 예배를 드린다는 기사를 보고 나는 정말 무릎을 치며 놀랐다.

 "정말 대단한 신념이로군!"


 이렇게 구석구석 퍼져있는 신천지 신도의 활약상(?)을 보며 친구는 왜 이렇게 사이비 종교인이 많냐고 분개했다. 거기에 나는 곧바로 해답을 제시해 주었다.

 "왜긴, 취업이 안되니 그렇지!"


 역사적으로 사이비 종교-사실상 무신론자인 나로선 기독교 천주교 천태종 조계종 원불교 등등이 어떤 역사를 가졌고 어떻게 분화되었는지 알지 못하며, 그들이 각자를 이단으로 규정하는 것이 그리 이상해 보이진 않고 따라서 사이비 종교라는 말도 특별히 나쁜 의미는 아니다-는 나라가 어려울 때 흥했다.

 상식적으로 아주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옆집 철수가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기고 돈도 잘 번다.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사람한테 갑자기 신천지를 믿자고 하면 믿겠는가? 철수는 이쁜 영희도 만나고, 운동 잘하는 친구 갑돌이도 만나야 해서 아마 바빠서라도 그런 시간을 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랫집 산돌이는 영 취업이 안 된다. 벌써 3년째 고시공부를 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한 끗 차이로 떨어지고 있다. 아버지는 택시운전으로, 어머니는 식당 일로 뒷바라지하시는데 시험은 붙질 못하니 죽을 맛이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15년간 키운 강아지도 하늘로 가버렸다. 산돌이 마음엔 커다란 구멍을 휑하니 뚫려있고, 매일 죽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럴 때 독서실에서 만난 진희가 말을 건다.

 "산돌이 너, 나랑 심리상담 안 받아볼래?"

 다들 그렇게 신천지로 발을 들이게 된다고들 한다.


 이 글의 제목으로 잡은 '신천지가 많은 것은 취업난 때문'이란 것은 반은 농담으로 한 소리지만 반은 진담으로 한 소리다. 그리고 사이비 종교의 창궐은 신이 중세 이후로 신성을 잃을 때 이미 예고되었다. 신은 죽었다고, 니체가 말하지 않았는가.

 니체가 말한 신은 우리가 말하는 GOD이 아니라 그것을 포괄한 어떤 존재의 영성, 우리가 추구하고 따를 수 있는 궁극적 가치를 의미하지만 어쨌든 그 영성과 가치와 신은 모두 사라졌다. 옛날에는 태어나서 기도하고 일하고 사랑하다 죽으면 됐는데, 누군가 "신이 어딨어? 신이 있는데 저 살인자, 도둑놈, 강간범은 왜 벌을 받지 않는 거야? 그리고 천국은 어딨어? 지옥도 없잖아!"라고 외친 이후로 종교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는 깨졌다.

 신과 종교가 무너진 세상에서 우리는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돈을 새로운 신으로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돈이 없는 사람은 어떠한 사람이 되는가? 중세시대, 모두가 하나님을 숭배하던 시절, 오로지 한 사람만 알라신을 섬겼다면 그는 어떻게 되었겠는가? 요즘의 돈 없는 자들-가난한 자들, 그리고 취업하지 못한 자들-의 위치가 딱 그러하다.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두가 결국 우리가 돈을 숭배함으로써 벌어진 일이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신천지가 창궐하는 것이 단지 단순한 종교적인 문제, 개인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구조는 개인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있으며-이러한 문제는 자살자 숫자로 쉽게 증명이 가능하다-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 개인은 스스로 죽음을 택하거나 종교 등의 도피처로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앞날이 창창한 20대 젊은이들이 신천지에 가는 것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 거꾸로 생각해보라. 대체 삶이 얼마나 비참했기에 그 창창한 나이에 종교에 빠져 들었을까? 우리 모두 이 가슴 아픈 현실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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