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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r 11. 2020

온나라가 우울증에 빠진 듯 합니다

코로나의 한가운데서 남기는 기록.

 오늘 많은 주식투자자들은 공포와 절망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너무나 허무하게 하락하는 지수에 공포를 느꼈고, 이 하락이 어디서 멈출지 알 수 없다는 것에 절망을 느꼈습니다. 

 사실 어느 정도 코로나가 진정되어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번 코로나는 늘 희망이 보이는 듯 하다가 어느 순간 갑작스런 절망을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처음 대구에서 집단발병이 일어나기 전 우리는 방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여겼지요. 그리고 곧 대구는 잿빛 도시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 덕분에 대구경북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 간다고 여길 때, 이제는 서울로부터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그러나 들어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거리에 사람이 줄고, 하루 매출이 수백만원이라던 식당들은 매출이 수만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스타필드시티나 아울렛 같은 대형쇼핑몰도 확진자가 다녀간 뒤로 하루이틀씩 방역을 위해 문을 닫으며 억대 매출을 포기합니다.

 소비만 문제가 생긴 건 아닙니다. 확진자와 같은 곳에 있었다는 이유로 자가격리를 당한 사람들은 급여를 받지 못합니다. 한 달 벌어 한 달 살아가던 많은 월급노동자들이 생계 위험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3월 내내 코로나 여파가 이어진다면 많은 식당, 의원,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겠지요. 참으로 밝은 면이라곤 보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너무 우울한 생각만 하지 말자, 분명 한두달 뒤에는 상황이 좋아져 있을 것이다.' 하며 홀로 되뇌어보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그렇지 못합니다.

 저 역시 하루하루 걱정이 늘어갑니다. 아직까지 제 직장에는, 그리고 제 주변에는 확진자가 없었지만 만약 자가격리를 당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당장 이번달에 은행에 지급해야 할 이자, 다음달에 부모님께 드릴 생활비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집니다. 닥치지 않은 일임에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우울해집니다. 이런 생각을 저만 하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온나라가 우울증에 빠진 듯 합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큰 시련에 처하면 좌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아이가 장난으로 개미굴에 물을 부으면 개미들은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하고 쓸려나가겠지요.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그런 재앙입니다. 막을 수 없고, 피할 수 없고, 해결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개미 머리로 왜 물이 들어왔는지 고민해봐야 머리만 아픕니다. 또 물이 들이닥치는 건 아닐까 생각하다보면 하루가 헛되이 지나고, 이마에 근심의 주름만 늘겠지요. 이럴 때 가장 좋은 것은 이미 닥친 일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개미들이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굴의 재건에 나서듯이 말이죠.

 순간에 집중하고, 한 시간에 집중하고, 하루에 집중하고,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을 잘 해냈는지, 그것만 생각하며 살아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도 묻고, 또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요. 그렇게 이겨내야죠. 얼른 이 재앙이 지나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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