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송 Apr 09. 2020

내 인생도, 당신의 인생도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계속 갈 수 있는 건 ... 때문이다> 독후감

 다음 중 가장 힘든 사람은 누구일까?

 1. 난치병에 걸린 어머니를 홀로 모시는 20살 딸.

 2. 희귀한 유전병인 신경섬유종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놀림을 받은 사람.

 3. 자폐증이 있는 자식을 돌보는 부모.


 아무도 정답을 고르지 않았겠지만, 당연하게도 정답이 없는 문제다. 실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자체가 불쾌할 수 있지만 인생의 '힘듦'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의미니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인생이 너무나 즐겁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한 번 본 적이 있다. 30년 넘게 살면서 단 한 명, 자기가 하는 일이 너무 좋고 지금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 사람은 미인이었고 적극적이고 쾌활한 성격이었다. 부자였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외모가 행복의 조건 중 하나라면 그 조건은 충분히 가진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기억에 남는 건 외모 때문이 아니다. 그 사람의 밝은 얼굴로부터 삶에 대한 무한한 기대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잊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내가 아는 사람들은 삶을 피곤하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삶에 피로를 느낀다. 번아웃증후군이라는 말과 힐링이라는 치료법이 등장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인류사를 통틀어 삶은 늘 고단한 것이었다. 원시인들은 농사를 지을 줄 몰라 매일 끼니 걱정을 해야했고 병이라도 걸리면 그냥 죽어야 했다. 중세인들은 태어나자마자 정해진 신분에 의해 수동적 삶을 살아야했고 근대인들은 역병과 전쟁으로 죽어나갔다.

 현대에 태어난 우리들은 적어도 우리 조상들에 비해 끼니 문제, 건강 문제, 신분 문제에선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사람이 더 늘어나진 않았다. 왜일까? 사실 이런 의문을 갖는 자체가 조금 우스운 일이다. 

 백 가지 물건을 가졌어도 한 가지를 갖지 못하면 불행하게 느끼는 사람의 특성상 언제나 삶에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 본인이 건강하고 물적으로 부족함이 없어야 하며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성취한 것이 있어야-물론 더 많은 것을 원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출중한 외모- 한다. 게다가 가족들도 마찬가지의 상태에 있어야 한다. 가족과 밀접하게 지내는 한국사회 특성상 가족의 불행이 나에게 영향을 주며, 가족에게 돈 문제나 건강 문제가 생기면 함께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든 퍼즐이 완벽하게 맞춰지는 삶이란 것이 과연 얼마나 존재할까?

 나는 많은 것을 가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족함을 느낀다. 나에겐 자유롭게 직장을 그만두고 쉴 만큼의 재력이 없고, 때로는 대인관계에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삶이란, 보편적으로 고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상기하게 되었다. 내 삶의 무게와 그들 삶의 무게는 비교 대상도 아니고 비교를 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모두가 각자만의 무게를 지고 있다는 것, 오늘도 그 무게를 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한 줌의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매거진의 이전글 빚은 400억이든 40억이든 4천만원이든 괴로운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