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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Feb 12. 2016

외로움은 인간의 숙명이다

김정운,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독후감

요즘 외롭다. 애인과 헤어진 후 한참 외로움을 느꼈다. 그래서 한동안 이리저리 여자를 만날 경로를 궁리해보기도 했다. 그러다 결혼에 생각이 이르렀다. 인생 선배들에게 결혼에 대해 물었다. 많은 답변이 있었는데, 딱 한 답변이 내 가슴을 찌르고 들어왔다. "혼자일 때 외로우면 둘일 때도 외롭다." 결혼한다고 무작정 그 외로움이 어딘가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말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헤어진 이유도 그것에 가까웠다. 우린 함께 있으면서도 외로웠다.

김정운 교수는 문화심리학자다.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직을 때려치우고 일본에 건너가 거기 전문대학에서 미술을 배웠다. 그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그는 그렇다고 말한다.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했단다.

"앞으로는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자."

근데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더란다. 그래서 하기 싫은 일을 생각해서 그것부터 관두기로 했다. 그런데 가장 먼저 생각난 게 교수 일이었다는 거다. 자기는 당최 남을 가르치는 일에 적성이 안 맞아서, 그래서 그렇게도 학생들에게 자주 화를 내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 후에 찾은 하고 싶은 일이 바로 미술이어서 그는 일본으로 떠났다.


그가 우리에게 '외로워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 maybe가 아닌 must be로 외로움을 권하는 이유는, 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관계 속에서의 휴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외롭다. 어떤 이는 항상 외롭다. 그 외로움을 홀로 견디지 못하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온기를 찾아 나선다. 나도 그럴 때가 많았다. 매주 월요일이면 달력을 보며 생각한다. '아, 이번 주말엔 뭐하지? 누굴 만나지? 혼자서 집에 있기는 싫은데.' 그렇게 누군가를 만나러 가서 외로움을 달래 보지만 실상 그런다고 외로움이 가시지는 않는다. 외로움은 인간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는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를 즐겨 보신다. 그리고 65세가 되면 산으로 들어가 사시겠노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신다. 올해 여름에 정년퇴직하는 직장 상사도 똑같은 말을 한다. 이미 금산의 한 농촌에 땅을  사놓았다며, 들어가서 살기만 하면 된단다. 나는 아버지들의 외로움을 느꼈다. 고속으로 성장하는 사회에서 부모와 가정과 자식을 생각하며 열심히 달려온 아버지들은 자식에게서도 아내에게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뼈저리게 외로움을 느꼈다. 늘 무언가를 열심히 했지만 그들 손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열심히 산다고 외로움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누군가를 만난다고 외로움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들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종착역으로 사람이 아닌 자연을 택한다.


다시 말하지만 외로움은 인간의 숙명이다. 이것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공기 없이 숨 쉬어보겠다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는 일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내면의 외로움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어떻게 하면 나의 다른 모든 생각과 감정을 잠식시키지 않을지 끊임없이 자아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외롭다. 그러나 그것이 없애야 할 부정적 대상이며, 치료해야 할 병이 아님을 알기에 고이 외로움과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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