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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Feb 12. 2016

한 박자 늦게 읽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 독후감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열풍이 지나간 지 오래, 나는 이제야 이 책을 펴들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 나는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있는 책은 사지 않는다.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사라진 후에도 인구(人口)에 회자되면 그 때 사 본다. 시기를 잘 타서 반짝 뜨는 책이 많기 때문이다. 둘, 굳이 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너무 많은 사람과 매체에서 이 책 내용을 다루었기 때문에 더 읽을 내용이 있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산 이유, 중고로 900원 밖에 안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솔직히 말하건데, 이 책은 그리 못 쓴 책은 아니다. 총 42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글 한 편 한 편을 따지면 못 쓴 것도 있고 잘 쓴 것도 있다. 필력을 따져도 그렇고 내용의 충실성을 따져도 그렇다. 그러나 솔직히 이보다 못한 책이 서점에 널려 있는 것도 사실이고, 중고로 900원이면 냄비받침을 산다고 생각해도 좋을 가격 아닌가? 그리고 이미 읽기 전부터 아무런 기대가 없었다는 사실도 한 몫 했다.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하라면 대학교 신입생에게 하고 싶다. 이제 갓 대학에 들어가는, 그러니까 딱 지금 시기의(졸업식을 며칠 전에 했거나 며칠 뒤에 할) 고3들 말이다. 이제 갓 입시가 끝나 모든 것이 '끝'났고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고 믿는 철부지 아이들에게라면 이 책의 메시지는 보다 좋은 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은 사실 인생의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어떤 일이 미래에 펼쳐질지 모른다는 메시지 말이다.


그러나 그 외 다른 이에게는 딱히 추천하고 싶지 않다. 나무위키의 책 설명에 따르면, 이 책에 실린 글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고시 합격에 실패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쓰인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저자인 김난도 교수는 대다수 부모님들이 밥 먹고 살기도 힘들던 80년대에 무려 외국 유학을 갔다와서 군복무를 특례로 6개월만에 마치고 서울대 교수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람이다.

서울대, 유학파, 아프니까 청춘? 

이러니 "아프면 환자지 청춘이냐, 이 X새X야"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책의 제목 자체는 자극적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굳이 문제 삼을 것은 없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도 글자만 놓고 보면 비슷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 말을 누가 어떤 태도로 했느냐가 당시 문제가 된 부분이었고, 요즘 말로 소위 '금수저'에 해당하는 김난도 교수가 격렬한 취업 경쟁 속에서 방황하는 청춘을 두고 그리 말했던 것은 내가 생각해도 정말 염치 없는 일이다.


청춘은 아프다. 그러나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져선 안된다. 청춘이 아픈 것은 이미 그 청춘을 지나간 기성세대가 사회를 아프게 만들었기 때문이며, 기성세대는 그에 대한 책임을 느낄 필요가 있다. 이것이 스물여덟 청춘의 내가 김난도 교수와 '아프니까 청춘'을 외치는 이들에게 해주고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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