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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n 17. 2020

힘든 직장생활에 마음 다잡기 위한 책

공병호,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

 오랜만에 읽은 자기 계발서다. 솔직히 제목에 어그로를 끌렸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제목부터 '부자'와 '빈자'를 갈라 치고서 "내 말에 반박하면 가난한 사람임ㅋ" 하는 느낌이 오는데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예상할 수 있듯 아주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나쁘게 들으면 꼰대성 멘트가 많고, 좋게 들으면 헝그리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정도. 우리 부모님들이 자식에게 이야기해 왔고, 우리들도 자식을 가지면 하게 될 법한 그런 당연한 이야기들이다.

 다만 예전에는 이런 책을 읽으면 상당히 마음 깊은 곳에서 거부감을 느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별로 없었고 오히려 "음, 맞는 말이지" 하는 부분이 좀 더 많아졌다는 것이 예전과는 다르다. 결정적으로 나는 그게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직장인이 되었고, 예전에는 좀 더 한의사가 편하게 살던 세상이었는데 지금은 조금은 어려워졌다는 것. 그런 현실의 변화가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을 바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잠시 책 읽기를 멈추고 생각에 빠졌던 것은 다음 단락 때문이다.

 한 사회의 다수가 과격함으로 달려가는 것을 피하려면 기회의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회의 문을 열고 성취한 사람들이 있음을 대중들이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것에 1. 불만이 많았고 2. 염려가 있었다.

 1. 불만은 내가 부자가 될 수 없음에 대한 것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과 지인들에 대한 생각도 함께 들어 있었다. 저들은 저리 열심히 성실히 사는데 어째서 부자가 되지 못하는가? 어째서 재벌들만 매일 돈을 벌고 세금은 얼마 내지도 않고 분식회계니 불법 증여 따위를 해대고 부자들은 건물을 사서 매달 피 같은 돈을 월세로 받아먹는가? 이런 종류의 불만이었다.

 2. 염려는 사회 붕괴에 대한 것이었다. 정말 빈부격차가 심화되었을 때, 지금 우리나라가 치안강국이라지만 지금의 현실이 유지될 수 있을까? 잃을 게 없는 사람은 두려울 게 없다고, 모든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들이 마치 동학농민운동을 하듯 일어나면 사회체제 유지 자체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다.

 최근 미국에서 흑백갈등으로 인해 시위(그리고 폭동이 함께)가 일어나고 있는데 나는 그 시위가 절대 흑백갈등으로만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빈부격차에 의해 오랜 기간 쌓인 분노가 흑백갈등을 계기로 해서 폭발했다고 보는데, 올해 코로나로 인해 미국의 실업자도 어마어마하게 증가했거니와 그 와중에도 당연히 부자들이나 전문직들은 고수익을 올리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사라졌고, 돈은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데 경찰이 사람을 쏴 죽인다. 이거야말로 막장 국가가 아닌가? 사람들이 곤봉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아무튼, 저자 공병호는 개인의 노력을 대단히 중시한다. 우리가 회사에 먼저 충성을 바쳐야 하고, 우리가 스스로를 끊임없이 계발해야 하며, 우리가 늘 위기를 감지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누가 밥 떠먹여 주지 않는 세상에서 지극히 당연하고 좋은 말이다. 우리는 정말로 공병호 박사의 말을 따르는 게 좋다. 부자가 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기회는 열려 있는가? 아마 이 질문을 공 박사에게 던지면 이렇게 답할 것 같다.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어디에나 기회는 있습니다."

 이런 대답은 대단히 교묘하기 때문에 얼핏 듣고 "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아 글쎄, 난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적어도 어느 정도 기회는 국가와 기업에서 제공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젊은이들이 다들 공무원 시험에 미쳐버린 것에는 분명히 국가와 기업의 책임이 있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찾지 않은 이들의 탓이라고만 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세상 참 편하게 사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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