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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n 24. 2020

창조가 미래를 이끈다

데이비드 이글먼, <창조하는 뇌> 독후감

백미러로 뒤를 보면 진보는 종종 발견과 발전의 직선 도로처럼 보인다. 그건 착각이다. 역사의 모든 순간은 이리저리 뻗어 나간 좁은 흙길과 다름없으며 그 길이 합쳐져 다시 몇 개에 불과한 포장도로가 된다.

 어른이 되고 나면 대부분 자기가 창의성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그 말이 대체로 틀리진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사회가 우리에게 늘 요구하는 것은 지각하지 않는 성실함, 시킨 대로 하는 복종, 끈기있게 버티는 근성 따위지 시키지도 않은 것에 대해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창의력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조는 중요하다. 기존에 없던 것을 생각하고 구현해내는 인간 특유의 창의성으로 인해 지금의 인간이 존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창의성이 없었더라면 기름 몇 방울 넣고 수십 킬로를 달리는 자동차도 없었고, 계산기와 카메라와 MP3를 합친 휴대폰도 없었고, 무려 63층이라는 엄청난 높이를 자랑하는 63빌딩도 없었다. 결국 우리가 누리는 '모든' 편의가 창의성에 기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창조하는 뇌>에서는 창조의 갖가지 사례를 들며 이러한 인간의 창조법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휘기, 쪼개기, 섞기다. 휘기는 비틀어 보는 것이고, 쪼개기는 말 그대로 쪼개보는 것이고, 섞기는 서로 다른(상관 없는) 두 가지를 섞어보는 것이다. 기존의 시선을 바꾸는 이러한 시도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되고, 거기서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열게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갖가지 창조의 사례를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내가 새로이 알게 되어 놀랐던 것 중 하나는 바로 피카소가 같은 그림을 수십 번씩 그려댔다는 사실이다.

피카소의 <황소>

 피카소의 <황소>는 대단히 유명하지만 그가 황소를 어떤 과정을 통해 단순화 시켰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피카소는 한 마리의 황소를 두고 여러 시각에서 접근해 황소를 그렸으며 반복 끝에 지금 우리가 아는 황소를 그려냈다. 위대한 창조는 단숨에 탄생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됨을 알 수 있는 사례다.

 저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역시 단숨에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디어로 등장한 게 아니라 기존에 카메라, MP3, 계산기, 메모장 등등이 있었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합치는, 다시 말해 '섞기'의 창조 기법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평상시 사람들이 "아, 이 기계는 이런 점을 고치면 좋겠어."라든가 "이 기계랑 저 기계를 합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잘 새겨들어야 하는 것도 역시 그런 일상의 욕구가 새로운 발전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Aerial restaurant, Norman bel geddes

 또 한 가지 인상깊게 본 것은 산업 디자이너가 구상했다는 공중 식당(에어리얼 레스토랑)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멋지지 않은가? 이런 건물을 현실에 구현해낼 수 있다면 그야말로 건축학의 신시대가 열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내가 비록 건축 관련 종사자가 아님에도 온몸이 전율이 일었다.

뭐든 돌에 새기듯 고정하지 마라. 지금 잘 통하는 모델도 5년 후에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모델도 절대 영원히 통하지는 않는다. 창의적인 기업은 반복 억제를 피하고 많은 옵션을 만들며 지금 잘 돌아가는 것이 싫증나기 전에 바꾸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혁신은 틀에 박힌 것을 뒤집는 데서 에너지를 얻는다.

 우리는 평상시 많은 것을 당연하고 판에 박힌 것으로 여기고 산다. 자동차가 4바퀴로 구르는 것도 당연하고, 스마트폰이 5G 주파수를 이용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모든 게 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바퀴만 고집하는 자동차 제조사는 파산할 것이고, 5G 주파수만 이용가능한 휴대폰 제조사도 망할 것이다.

 계속해서 변하는 세상에서 아무 것도 영원한 것은 없으며 언제나 창의성을 잃지 말고 열린 미래를 그리는 것이 우리의 뇌와 인류를 위해서 좋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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