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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n 10. 2020

위대한 예술은 제정신이 아닌 데서 탄생하는가

스테펜 크베넬란, <뭉크> 독후감

 세상 사람들은 전부 제가 다 제정신이라 주장하지만 알고 보면 다들 이상한 데가 하나씩 있다. 어떤 사람은 강박증이 있고 어떤 사람은 결벽증이 있고 어떤 사람은 의부증이 있고 어떤 사람은 자기애가 너무 강하다. 사실 병동에 입원시킬 정도의 중증이 아니어서 그렇지 누구나 다 그런 이상한 데가 있다는 걸 생각하고 보면 어쩌면 이 세상에는 정상이라는 기준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들은 또 일반인들과 확연히 다른 면이 있다. 피카소 이전에는 누구도 피카소처럼 그림을 그리지 못했고 백남준 이전에는 누구도 비디오 아트라는 걸 하지 못했던 것처럼 그들은 전 세계에서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뭉크 역시 이전에는 볼 수 없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절규>

 그래서 뭉크는 당시 화가협회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고, 전시회가 취소당하는 굴욕도 겪었다고 한다. 전부 다 우측통행을 하고 있는데 혼자 좌측통행하려고 했으니 얼마나 미움을 샀겠는가. 그런 반면에 화가협회로부터 미움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단시간에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고 하니 세상일은 참 알 수 없는 것 같다.

 아무튼 스테펜 크베넬란의 책 <뭉크>를 읽으면서 내가 느낀 것은 일단 뭉크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뭉크만큼 무엇 하나에 미치지 않으면 역시 역사에 남을 위인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뭉크는 세 가지, 그러니까 술, 여자, 그림에 미쳐 살았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가'의 상이었던 것이다. 사실 술에 취하면 감정이 해방되고 현실세계가 이질적으로 보이며,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사랑의 노예였단 것을 의미하고, 그림에 미치는 것은 위대한 화가가 되기 위한 필수 덕목이니 이 셋을 빼고 어떻게 예술을 논할 수 있을까. 비록 이러한 예술가의 전형적인 이미지에 대하여 작가 조정래는 "작가라고 해서 술 담배를 끼고 사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다."라고 했지만(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아님) 1800년대의 거장들이 워낙 술 담배 여자 심지어 마약까지 끼고 살았다 보니 그런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을까?

 <뭉크>는 뭉크의 일생을 편하게 보여주는 책은 아니다. 책 전체에 독특한 분위기의 삽화를 넣어놨기 때문에 눈이 어지러운 면이 있고 글자도 그렇게 보기 편한 서체는 아니다. 하지만 뭉크가 어떤 예술가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걸로 보이고, 뭉크가 그림을 그린 배경을 실제로 찾아가서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이 무척 좋았다. 뭉크의 팬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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