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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Aug 18. 2020

대형 교회가 문제다

작금의 코로나 재확산에 대하여

 기독교인들이 미쳐 날뛰고 있다. 정확히는 '일부' 기독교인들이다. 이들은 하지 말라는 예배를 하고, 부르지 말라는 찬송가를 부르고, 먹지 말라는 밥을 같이 먹고, 모이지 말라는 광장에 나와 코로나를 서로 전염시키고 지나가는 무관한 사람들 심지어는 자신들의 안녕한 가족까지도 사지로 내몰고 있다. 그야말로 생화학 테러리스트요 걸어 다니는 병균이다.

 어떤 사람은 광화문 집회를 연 전광훈 목사를 욕한다. 일리 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속옷을 벗으라 하였을 때 벗지 않으면 제 신도가 아니라 할 정도로 미친 발언을 일삼는 이였다. 과연 이 사람을 제정신으로 보아야 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어떤 사람은 광화문 집회에 나간 신도들을 욕한다. 그들이 현장에 있었고 문제를 만들었기에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제정신인 사람이었더라면 전 세계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병의 바이러스가 떠도는 광장에 나가 소리치고 구르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 미친 것으로 보고 용서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대체 왜 거기에 나갔던 것일까? 나는 이 질문의 답을 찾고 있었다. 왜? 그들의 뇌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무조건적으로 다른 사람을 물어뜯도록 변형된 것이 아니라면 우리와 똑같이 먹고 자고 똥 싸는 그들은 왜 그런 미친 짓을 감행하게 된 것일까? 나는 숙고 끝에 이 사태의 원흉은 대형교회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우리 할머니는 교회에 다니신다. 정확히는 몰라도 30년 이상 한 번도 결석한 적이 없으실 것이다. 게다가 십일조까지 꼬박꼬박 내시고, 그것도 모자라 좋은 일이 있으면 감사헌금을 또 따로 올리신다. 그야말로 신실한 기독교인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우리 할머니도 이번 코로나가 터진 후 3월부터는 교회에 나가지 않으셨다. 정부의 방침도 방침이었고 전염병이 도는 데 사람 많은 곳을 가면 '당연히' 안 된다고 생각하셨다. 팔순 노인도 아는 이 '당연한' 상식을 모르는 교인이 있을까? 그러니 이번 집회에 나간 교인(그리고 집회에 안 나갔더라도 줄기차게 예배에 나가 찬송가를 불러젖힌 교인 등)은 지능이 심각하게 떨어지거나 아니면 질병으로 뇌손상을 입었다고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우리 할머니가 교회에 가는 것을 막은 또 한 가지 요인이 있었다. 바로 담임목사님이셨다. 담임목사님이 정부의 방침을 따라달라고 안내문을 돌렸고, 어느 정도 확산이 진정된 뒤에도 (아마도 6월경이었던 것 같다) 긴 교회 의자의 양끝에 표시를 해서 그렇게 간격을 두고 앉을 것을 요구하셨다. 그렇게 담임목사님이 앞장서서 방역 지침을 따르니 그 말에 따르지 않을 신도가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지금 이 사태의 책임이 대형화된 교회와 무책임하고 멍청한 그 담임목사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애초 종교의 본래 목적을 생각하면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교회의 대형화만큼은 이루어지지 않았어야 했다. 삶 속에서 신앙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삶을 다시 충만하게 하고자 신을 섬기는 것이라면 어째서 천 평 만 평에 집채만 한 십자가를 꽂은 교회가 필요하단 말인가? 나의 주장에 그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좋은 말씀을 더 멀리 전하기 위해선 안전하고 큰 건물이 필요하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그것이 수천수만 명을 모을 정도의 건물이 될 필요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신의 섭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할 때는 한 명이 수천 명에게 말하는 것보다 한 명 한 명 손을 붙잡고 그들의 눈을 보며 말하는 것이 더욱 적합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 것이다.

 교회의 대형화는 전적으로 상업적 목적에 기인한 것이다. 돈에 눈이 먼 자들이 땅을 사고 교회를 확장하고 신도를 많이 모아 헌금으로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교회가 크면 클수록 은총 받기 좋을 거라 생각하는 순박한 신도들을 꼬셨고 그들의 아낌없는 헌금을 통해 사리사욕을 채웠다. 그리고 교회는 계속 커지고 있다. 정말 그 첨탑이 하늘에 닿아 소돔과 고모라가 재현될 때까지 인간은 스스로의 탐욕을 제어하지 못할 것이다.

 교인들은 스스로 눈을 떠야 한다. 남들에게 "내가 이렇게 크고 좋은 교회에 다니면서 목사님이랑도 친하단 말이야. 대단하지?"라는 소리를 하고 싶어서 교회에 다니고 있는 건지, 정말 하나님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 교회에 다니는 건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십계명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지금 이 순간 예수님의 이름 앞에 떳떳하다고 고할 수 있는가? 성인의 삶을 따르지 않으면서 교회에만 악착같이 발을 내밀고 있다면, 사후에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천국이 아니라 무(無)의 세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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