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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Aug 14. 2020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들을 보지 못한다

 돈이 많은 친구에게 넌 돈이 많아 좋겠다고 말하면 그 친구는 다른 이야길 한다.

 - 난 키가 작아.

 - 난 여자친구가 없어.


 키 큰 친구에게 넌 키가 커서 좋겠다고 말하면 그 친구는 다른 이야길 한다.

 - 난 돈이 없어.

 - 난 뚱뚱해.


 그런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자기가 가진 건 당연하게 생각하고 안 가진 것만 부러워하지?


 하지만 돌아보면 나의 모습 역시 그렇다.

 나는 적당히 키가 크고 적당히 수입이 좋고 적당히 할 줄 아는 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보며 부러워하고 속쓰려한다.

 '나에게 풍족한 지원을 해 줄 집안이 있었더라면, 나에게 돈 벌 길을 알아보는 눈이 있었더라면' 하면서 말이다.


 아마 내 친구들도 나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

 '저 자식은 왜 자기가 가진 건 당연하게 생각하고 다른 걸 자꾸 아쉬워하고 탐내지?'


 그게 부족한 생물로서의 인간의 본능인가 싶다.

 아무것도 당연한 게 없지만, 자기가 이미 가진 것은 당연하게 여기고 남의 더 좋은 것을 가지고자 하는 욕망. 그것이 어쩌면 인류를 다른 동물에 비해 빠른 진화의 길로 이끌었을 지도 모르고 말이다.


 내가 가진 것도 당연하게, 하찮게 여길 것을 아니라는 걸 아는 것. 욕망에서 현실을 뺀 것만큼이 행복이라면 지금 내가 가진 것이 모두 당연하고 하찮은 것들이 아니란 걸 아는 게 행복의 출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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