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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Aug 25. 2020

미국과 중국은 과연 전쟁을 할 수 있을까?

그레이엄 앨리슨, <예정된 전쟁> 독후감

 한 20년 전만 해도 단지 덩치 큰 개발도상국에 불과했던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중국이 미국만큼이나 부강한 나라라는 것을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리가 6·25 전쟁으로 시름하던 그 시절, 미국은 핵폭탄과 초콜릿을 보유한 나라였고 중국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굶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세계 석학들이 중국을 미국에 대한 실질적 위협으로 받아들인 지도 오래다. 그레이엄 앨리슨의 <예정된 전쟁>은 미·중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는 책이다.

 우선 저자는 미·중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본다. 그냥 미국과 중국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것 때문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하나의 지배 세력이 있고 새로운 세력이 강해져 갈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두 세력 간의 눈치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원래 내가 1등이고 남들을 지배하는 게 당연한데 10등 하던 녀석이 갑자기 2등까지 올라와 내 자리를 위협할 때, 아직 내가 1등임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에 2등을 과도하게 의식하게 되는 상황이다.

 아직 (나를 포함한) 한국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중국은 이미 경제규모에서 미국을 넘어선 지 오래다. 잠재적 비교 군사력을 평가하는 잣대로서의 PPP로 보자면 2013년에 이미 중국이 미국을 추월했고 아직도 중국이 세계 1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구매력만 좋은 게 아니다. 공학 분야에서는 칭화대학교가 MIT대학교를 넘어선 최고의 대학교가 되었다. 또 미국에서 몇 년씩 걸리는 다리 건설 공사가 베이징에서는 몇 달 만에 끝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다리가 부실해서 무너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중국 경제가 미국을 앞서 나가고 있다는 지표는 여기저기서 드러나 있다.

 이렇게 2등이 1등을 추격, 아니 앞지르려고 할 때 갈등은 불거지고 그것은 전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전쟁이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어서, 미·중이 점잖은 척하고 있더라도 어느 날 북한에서 발사된 핵폭탄이 미·중간 갈등에 불을 붙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전쟁의 가능성을 사전에 낮추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 저자는 미국이 고쳐야 할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우선 미국의 핵심 국가이익을 파악해야 한다. 미·중이 부딪쳐야 한다면 그것은 어떤 국가이익을 위함인가? 그 국가이익의 규모는 얼마나 되며, 그것을 위해 미국은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가?

 또 한 가지는 미국이 중국을 대하는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미국은 중국이 뭘 해도 허락하기만 하는 이상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름은 ‘포용과 견제의 이중 전략engage but hedge’이지만 이 전략의 근본적인 약점은 뭐든지 허용만 할 뿐 금지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이래서야 당연히 중국에 밀릴 수밖에 없다.


 미·중은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지만 서로 대단히 밀접하고 연결된 경제 공동체기도 하다. 책에서도 MAED(상호확증경제파괴Mutual Assured Economic Destruction)라는 단어로 그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이 대단히 큰 액수의 미국 채권을 가지고 있고, 미국은 중국에서 대단히 많은 물건을 수입해주고 있다. 서로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카드를 가지고 있으니 전쟁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지금 빚어지고 있는 희토류 갈등처럼 부분적인 갈등은 계속해서 빚어질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게 미·중의 속마음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중국은 계속 성장해 나가겠지만 사실 민주주의 체제 없는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인지 대단히 의심스럽다. 아마 세계 석학들이 90년대에 중국의 성장 가능성을 점치지 못한 것이 나와 같은 생각에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저런 독재정권과 공산주의 체제로 경제적 번영을 이루겠다고?’ 하는 의심 말이다.

 그러나 중국은 분명히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었고 앞으로도 일당독재의 장점을 이용해 성장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다. 민주주의를 하지 않기 위해선 더더욱 눈부신 경제성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중국의 성장세는 이어지지 않을까? 양적 성장을 넘어선 문화적 성장까진 이룰 수 없을 거라 보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흥미로운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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