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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Aug 27. 2020

육식이 좋긴 한데, 미래는 어떡해야 하나

케이티 키퍼, <육식의 딜레마> 독후감

 이 책은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육식의 딜레마>.

딜레마(Dilemma)는 두 가지 옵션 중 각각 받아들이기 어려우거나 불리한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육식의 딜레마는 육식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현대인의 육식을 위한 제반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육식으로 인해 환경파괴가 된다고 해서 당장 육식을 그만둘 수 있는가? 그렇다면 육식으로 얻는 미각의 즐거움, 그리고 육식으로 얻는 단백질과 영양소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현실적으로 육식을 그만둘 순 없지만 대안을 찾아야만 하는 우리의 상황을 <육식의 딜레마>란 여섯 글자 속에 잘 압축해냈다.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지만 이 책은 육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안겨주어 그만두게 하려는 의도로 쓰이지 않았다. 누구나 육식을 갑자기 그만둘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지금처럼 우리가 육식을 지속한다면 미래에 갖가지 문제가 생겨날 거라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에 의한 동물복지 문제(평생 움직이지도 못한 채 틀에 끼어 출산만 하는 암퇘지라든가, 좁은 축사 안에서 서로의 분뇨를 묻혀가며 죽어가는 동물들), 생산 능력이 뛰어난 단일 개체의 유전자만 이용해서 생기는 유전자 문제(바나나처럼 멸종하는 수가 있다), 질병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섞음으로 인해 생기는 항생제 내성의 문제(MRSA처럼 사람의 목숨을 위협한다), 엄청난 양의 물과 땅을 소비해야 사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생기는 환경문제, 다국적 대기업이 지배하기 때문에 생기는 노동자 권리의 문제 등 저자는 다양한 관점에서 현대의 육류 산업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지적한다.


 이렇게 많은 문제들을 보다 보면 한두 개쯤 아마 와 닿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환경 쪽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환경문제가, 동물복지 쪽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동물복지가 와 닿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코로나 시국이라서 그런지 항생제 내성의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졌다. O157:H7 대장균 (Escherichia coli, E. coli)에 감염되면 생기는 용혈 요독 증후군도 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치명적 질병인데 나중에 다른 병이 생기지 않으리란 법은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문제는 해결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나 역시 한 달에 두어 번 정도 육류로 외식을 하고, 일주일에 4-5개의 닭가슴살을 먹고, 또 급식으로 제공되는 돼지고기나 닭고기 등을 먹지만 사실상 인간으로서 활동하는데 필요한 최소한(혹은 적정량)의 단백질을 섭취한다고 생각하지 나의 행위가 환경을 파괴한다고는 딱히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육류 섭취를 줄인다고 해서 중국의 WH그룹이 갑자기 사육하는 돼지 수를 줄이고 축사를 깨끗하게 관리할까? 그건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가?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실은 저자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이곳까지 이끈 효율성과 기술적 진보를 활용해 자연자원을 더 현명하게 사용할 시스템을 만드는 것만이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유일한 해결책이다. 나는 그런 시스템이 어떤 모습일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식품 생산방식, 더욱이 육류 생산방식으로는 희망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히 안다. - 본문 중.


 나도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다만 이로 인해 발생한 무서운 문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닥쳐오고 있다는 불길함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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