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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Aug 28. 2020

역시 환자가 좋아졌다고 할 때가 가장 기쁘다

 한의사로 일하면서 힘들 때도 있고 화날 때, 짜증 날 때도 있다. 그런 날이 있다. 전날부터 몸이 안 좋아서 아침도 못 먹고 출근했는데 환자는 밀려들고 손목은 아프고 그 와중에 집에서까지 이런저런 부탁을 해서 짜증이 솟구치는. 그런 날에도 어제보다 한결 나아졌다는 환자의 말 한 마디면 짜증이 눈 녹듯 사라진다. 그래도 한 사람의 인생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구나 하는 마음. 


 기왕 살아야 할 인생이라면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인생이었으면 한다. 도움을 받는 것도 기분 좋지만 도움을 줄 때는 더욱 기분이 좋다. 모든 직업이 쓸모가 있지만 한의사는 직접적으로 육체의 통증을 줄여줄 수 있어서, 또 그로 인해 기분을 좋게 해 줄 수 있어서 보람찬 직업이다.


 오늘도 한 분이 어깨와 손목이 어제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침술은 참 신기하다고 하신다. 환자가 좋아진 것도 기분이 좋고 침술에 대한 인정도 좋다. 일시적인 무리로 인해 생긴 근육과 인대 질환에 침 치료는 가장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고 효과적인 치료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아플 때 한의원을 먼저 찾게 되었으면 한다.


 그래도 개중에 호전이 더딘 분도 계신다. 그런 분들을 뵐 때 내 실력에 부족함을 느끼고 더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책을 뒤져보고 검색을 해보곤 한다. 모든 사람이 침 치료 한 번에 낫는다면 실력의 개선도 필요가 없을 테니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환자야말로 다른 의미의 내 스승이다. 오늘도 그런 분이 한 분 계시는데, 조금 더 공부를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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