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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Sep 02. 2020

의사들이 성적으로 의술을 논함은 자충수다

의술이 성적순인가

의사들이 앞장서서 홍보 중인 공공 의대 반대 게시물

 여전히 정부와 의사들 사이의 갈등이 첨예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의사 측이 제작한 게시물이 화제다.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성적 좋은 의사와 성적 모자란 의사 중 누구를 고르겠냐는 게시물이다.

 언뜻 보고 물론 둘 중에 고르라고 하면 성적 좋은 쪽이 낫지 않겠냐고 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논리는 곧바로 '추천제인 공공 의대는 설립해선 안 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의사들의 자충수다. 현직 의사들이 모두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충 공부를 잘한다고 하면 상위 1% 이내에는 들어야 한다고 보는데 의학전문대학원이 생긴 이후, 꼭 상위 1%가 아닌 심지어는 상위 30%가 되었을까 말까 한 성적의 의사들도 많이 배출되었다. 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해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로 알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1. 2010년 메디칼타임즈에 달린 댓글 (http://www.medicaltimes.com/Users4/News/newsReply.html?smode=View&ID=94151&nSection=2&ReplyID=145255&)

 


 2. 2018년 디시인사이드 의학 갤러리에 달린 댓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medicalscience&no=341668)

 


 3. 2010년 82cook에 달린 글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35&num=811882&page=9380)

 이렇게 의대와 달리 의전에는 상위 1%만 다닌 게 아니라는 증거가 매우 많이 있는데 그렇다면 의사들은 자기들의 동료인 의전 출신 의사들의 진료를 금지할 셈인가??? 아니면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의사들은 반드시 똑똑해야 하니 특정 의대를 정시로 합격한 '똑똑한' 사람만 흉부외과, 간담췌외과, 응급의학과 등 생명에 직결되는 과로 보내고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은 의전이나 지방대 출신은 생명에 아무런 지장도 없는 피부과 안과로 보낼 것인가??? 

 하지만 사실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정재영과 피안성(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이야말로 의대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들과 의사 자제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곳임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 것이다. 자기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은 오직 부자가 되는 것이면서 이럴 때만 직역을 핑계로 생명을 담보로 잡는 것은 매우 우스운 일이다.

 그렇게 의사들 스스로 성적의 기준을 마련해서 동료들까지 전부 줄을 세울 게 아니라면 성적이 모자라는 사람이니 의술도 모자란다는 저따위 홍보물은 만들 필요도 없다. 저걸 만든 게 누구인지 모르지만 아마 본인은 대단히 똑똑한 주장을 떠올렸다고 생각할 텐데 완전히 틀려먹었다. 

 게다가 성적과 의술은 도대체 어떻게 연관되는 것인가? 학점이 좋다고 해서 의술이 뛰어난 게 아니라는 것은 병원에서 긴 시간 수련을 받는 의사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또한 의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성까지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은 고 신해철을 집도했던 의사나 수면마취 후 환자를 성폭행한 의사 등등 여러 사례가 너무나도 잘 보여주었다.

 의사는 의대(혹은 의전원)를 졸업하고 국가고시를 통과하면 의사가 된다. 그저 그뿐이다. 환자에게 해를 끼칠 정도로 머리가 모자란 사람은 애초에 의사가 될 수 없기에 국가고시를 통과한 모든 의사는 성적과 실력에 있어 동등하다는 전제 하에 대접받아야 마땅하다. 의사협회인지 누구인지는 몰라도 저 멍청하고 천박한 게시물은 얼른 내리고 사과문을 올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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