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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Sep 07. 2020

역대급으로 맛없는 한약을 만났다

소함흉탕

 기회가 될 때마다 새로운 약을 한 제씩 먹어보는 나의 9월 첫 처방은 소함흉탕. 이 처방은 흉부 증상이 있을 때 주로 사용하는데 황련, 반하, 과루실이 들어간다. 황련이 흉부의 열을 식혀주고 반하는 담을 삭히는 역할을 하므로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로 열이 치받는 사람에게 쓰는 경우가 많다.

 처음 먹어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웨에엑이었다. 무슨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혀와 구강은 물론이고 뇌를 직접 강타하는 듯한 강렬한 쓴맛. 적잖은 한약을 먹어봤지만 이렇게 극악무도한 쓴맛의 정수는 처음이다. 한입 먹고 우웨엑 하고 숨 돌리는 사이에 2차 파동이 오고 2차 파동에 몸서리칠 때 3차 파동이 와서 무릎을 꿇게 만드는 그야말로 쓴맛의 해일!

 너무 강렬한 쓴맛에 침을 질질 흘리다 물로 입을 헹궜지만 쓴맛은 가시지 않았고, 콜라를 마셔도 잠깐의 단맛 뒤에 다시 쓴맛이 왔으며, 리스테린의 매운맛으로 씻어내려 해도 깔끔히 사라지진 않았다. 온 입안을 쓴맛으로 페인트칠하는 것 같은 이 처방, 과연 얼마나 효과가 좋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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