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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Sep 16. 2020

한 여경의 슬픈 넋두리

원도, <경찰관 속으로> 독후감

 오랜만에 들른 독립서점에서 산 책이다. 여러 책을 두고 고민했지만 역시나 다른 사람의 직업세계는 어떤지 듣는 일이 가장 재밌다. 물론 그 내용은 재밌지 않을 때가 많지만.

 작가의 말마따나 나도 살면서 경찰서에 가 본 적이 별로 없고 112를 눌러본 적도 별로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별의별 일을 가지고 다 경찰서에 전화하고 찾아온다고 한다. 심지어는 주변에 약속이 있어서 왔는데 시간이 남아서 들렀으니 커피나 한 잔 타오라고 했다는 상식 밖의 이야기도 나온다. 사실 지금도 잘 안 믿긴다. 세상에 그런 철면피가 있다고? 하지만 세상엔 별별 사람이 다 있으니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는 아닐 테다.

 작가는 경찰로 일하면서 어떤 우여곡절을 겪는지 가상의 언니에게 편지를 쓰듯이 하나씩 털어놓는데, 편지글 형식이라 그런지 아주 부담 없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남자라 언니라는 호칭이 살짝 몰입을 방해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작가는 가상일지라도 동성이어야 속마음을 털어놓기 편했던 모양이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명절에 고속도로가 밀린다고 경찰서에 전화해 교통경찰은 뭐하냐며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정말 미친 거 아닐까? 명절에 밀리지 않는 길이 어디 있으며, 모든 사람이 길에 쏟아져 나와서 밀리는 건데 그걸 교통경찰 보고 어떡하라는 걸까? 사실 미친 사람이 아니라 아마 누군가에게 분풀이를 하지 않고선 견딜 수 없는, 그러면서도 공무원이라 함부로 항의하지 못하는 교통경찰에게나 소리를 지를 수 있는 아주 천박한 인간-짐승이라고 해도 좋을-이었을 것이다.

 힘없이 당하기만 해야 하는 경찰-혹은 순경-의 고충을 토로하며 작가는 공권력이 더욱 강해져야 함을 여러 번 주장한다. 물론 경찰의 권한이 좀 더 강해져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왜 얼마 전 강남경찰서 사건이 떠 올랐는지. 공권력의 강화는 많은 논의를 거쳐 이루어지는 게 좋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일선에서 고생하시는 많은 경찰분들이 항상 다치지 않고 무사하시길, 무식한 이들의 폭언에 마음을 다치지 않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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