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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Sep 29. 2020

이제는 정말 소비를 줄여야 할 때

애니 레너드, <물건 이야기> 독후감

 <물건 이야기>는 물건의 일생을 추적한 책이라고 한다. 그렇게 말하면 모든 물건의 일생을 추적해 주는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다만 책의 경우, 책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조성한 숲에서 나무를 베고 종이를 만들고 책으로 만든 뒤 팔리지 않거나 버려진 책은 다시 두들겨 재활용지로 만든다는 이야기 정도는 나온다. 

 어디까지나 책의 핵심 메시지는 과다 소비를 지양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 많은 물건을 낭비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 우리가 물건을 소비할 때 실은 기업이 외부화한 비용 때문에 저렴하게 구입하는 부분이 있음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스파 브랜드에서 살 수 있는 면 티셔츠는 5천 원~1만 원 사이다. 그런데 이 면 티셔츠를 구입하기 위해 정말 5천 원~1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합당할까? 면을 만들기 위해선 목화를 재배해야 하고, 이 목화를 키우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지구 상에서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바닷물을 제외하고 남는 아주 소량의 물뿐이다. 따라서 면 티셔츠는 지금보다 더 비싼 가격이어야 합리적이며, 그렇게 해서 면의 소비를 줄여야 목화의 재배를 줄이고 최종적으로는 물 사용량을 줄여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어디 하나 반박할 구석 없이 깔끔한 논지 전개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것은 '비용의 외부화'다. 면 티셔츠만이 아니라 수많은 공산품의 생산에서 비용의 외부화가 일어난다. 비용의 외부화란 쉽게 말해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면서 환경을 소모하고 파괴하는 것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외부로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국적 대기업들은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오수와 폐기물을 마구 버리고, 자국 노동자들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임금을 지급하고, 의료보험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렇게 아낀 비용으로 만든 것이 우리의 면 티셔츠이고, 마우스이고, 거울이고, 시계다. 우리는 사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지구의 다른 부분을 파괴하면서 저렴한 상품을 과다 소비 해왔던 것이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항상 죄책감이 든다. 나는 왜 그렇게 많은 티셔츠를, 양말을, 철마다 버리고 새로 샀는가. 왜 멀쩡한 휴대폰을 두고서 약정이 지났다고 새 휴대폰을 샀는가. 왜 페트병에 든 생수를 사서 그렇게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했는가 등등. 저자는 모든 소비를 죄악으로 규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과다 소비를 하지 말자는 취지로 이 책을 썼다고 하지만 그간 내 소비 활동을 돌아보면 반성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앞으로 과다 소비를 지양하겠다. 물건을 사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겠다. 이 물건 값에 외부화된 비용이 얼마나 있을지. 이미 10년 전에 나온 책이고 지금도 쓰레기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것 같지만 백사장의 모래 한 알만한 노력이라도 나는 보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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