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관심 있는 분야가 생기면 관련 서적을 몰아서 읽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는 '당뇨'에 관한 책들을 읽었는데 이렇게 4권을 몰아서 읽으면 1권만 읽고 다른 주제를 볼 때보다 당뇨에 관한 제반 지식 자체가 기억이 잘됩니다. 아마 몇 달이 지나도 당뇨에 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머리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한 권씩 간략하게 리뷰해 보겠습니다.
이 책은 서문을 통해 엄청난 기대감을 심어줍니다.
제2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경우 이 책의 전략을 통해 포도당 내성을 개선시키면 메트포민 등 당뇨약 의존도를 줄일 수 있고 향후에는 아예 복용할 필요도 없어진다.
사실 이번에 당뇨에 대해 공부를 해 본 것은 '과연 당뇨약을 끊을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서문부터 약 끊을 수 있다고 말해주는군요. 진짜일까요?
이 책에서 제시하는 전략은 모두 8가지입니다.
식이섬유 섭취, 지방 배제 / 체중 감량 / 운동 / 갈색지방 활성화 / 면역력 키우기 / 수면 / 스트레스 관리 / 항산화 효소 늘리기
너무 흔하고 뻔한 이야기죠?
좀 특이한 부분은 그나마 수면에 관한 부분인데요, 연구에 따르면 수면시간이 짧을수록 고탄수화물식 섭취 후 혈당치가 정상 수준을 회복하는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6일 동안 4시간만 자게 하면 무려 회복시간이 40% 더 오래 걸린다고 하네요. 게다가 수면시간이 짧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분비가 늘어난다고 하는데요, 코티솔 역시 혈당을 올리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충분한 수면이 중요하다는 건 타당한 이야기네요.
책의 후반부에 실려있는 <당뇨리셋 12주 프로그램>은 아주 알기 쉽고 따라 하기 쉽게 쓰였기 때문에 당뇨환자가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당뇨환자 n명이 이 프로그램을 따라 해서 원래 A이던 혈당이 B까지 내려갔고 약 복용을 중단했다, 그런 실제 사례는 실려있지 않다는 점이 무척 아쉽습니다.
건강해지자는 관점에서 보편타당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12주 프로그램을 보고 따라 하시면 어떤 측면이든 건강상의 이득은 얻으실 수 있습니다.
아직 소개할 두 권의 책이 남았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네 권의 책 중 한 권만 꼽으라면 이 책을 가장 추천하고 싶습니다.
추천사나 서문에 보면 '의사보다도 당뇨로 고통받고 그에 대해 연구한 환자가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는 뉘앙스의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요, 처음에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전공자보다 환자가 더 잘 알 수는 없지 않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저자가 의사보다 더 잘 안다는 확신을 갖게 될 정도로 저자의 지식은 해박하고 탄탄합니다.
인슐린을 맞는다고 다 살이 찌지는 않지만, 식이요법과 규칙적인 운동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양을 사용하면 그만큼 살이 찔 확률은 크다. 인슐린을 과도하게 사용했을 때 생기는 문제는, 먹은 만큼 인슐린이 당을 지방으로 축적시킨다는 것과, 과도한 인슐린으로 저혈당이 되었을 때 분비되는 코티졸이 지방 저장을 더욱 증가시킨다는 점이다.
한의사로서 환자를 접할 때도 1형 당뇨 환자를 보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요, 그래서 속효성 인슐린과 중간형 인슐린을 복합적으로 사용해서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든지, 새벽에 저혈당으로 깨기도 하고 쓰러지기도 한다는 등의 사실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책 속에 드러난 1형 당뇨의 고통을 보면서 정말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질병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네요.
이 책은 당뇨 환자를 넘어 인생을 어떤 태도로 살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가르침을 줍니다.
평범함의 가치를 모르면 엉뚱한 데서 길을 찾는다. 잘 먹고 운동하는 대신 변비약을 찾고, 당뇨에 좋다는 특별한 약이나 식품을 찾고, 좋은 음식 푸짐하게 먹는 대신 쓸데없는 당뇨식을 찾고, 운동과 음식, 마음 상태를 돌아보는 대신 인슐린 용량을 늘려간다.
건강해지는 방법은 정말 별 게 없죠. 잘 먹고, 잘 자고, 많이 웃고. 그런데 패스트푸드, 술, 짠 음식, 매운 음식, 단 음식을 먹고 잠자는 대신 밤늦게 술을 마시거나 스마트폰을 보고, 웃는 대신 사회면 기사를 보며 이놈이 잘못했니 저놈이 잘못했니 매일 화를 냅니다. 그러면서 건강해지길 바란다면 서쪽을 보면서 해가 뜨길 바라는 격이죠.
꼭 한 번 읽어보세요. 당뇨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소개드릴 두 권의 책은 모두 한의사 저술입니다. 김동석 원장은 명문요양병원이라는, 당뇨와 암환자를 보는 병원을 하고 계시고요, 안상원 원장은 매일경제TV 등에 자주 출연하시는 분입니다. 물론 제가 사적으로 전혀 알지는 못하고 저자 소개에 다 나와있는 내용입니다.
두 분 책의 공통점은 자기가 하는 당뇨치료에 관한 홍보 측면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뇨에 관한 이야기는 일반론적인 게 많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건강서적이 다 그러하지만요.
김동석 원장은 비파뜸과 수소수 이야기를 합니다. 수소수를 유사과학으로 취급하는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비파뜸은 일반적인 뜸과 차별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하신 것 같은데, 한의학 교과서에 실려있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김동석 원장만의 비법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안상원 원장은 배용석이라는 분과 책을 함께 썼는데요, 배용석 대표는 당뇨식을 만드는 스마트푸드디엠의 대표이사입니다. 그래서 책 속에 스마트푸드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두 책 다 가볍게 읽어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