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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Apr 15. 2021

마음에서 비롯하는 통증에 대하여

존 사노,<통증혁명>독후감

 인체의 목, 허리, 어깨 등 다양한 부위에 존재하는 통증은 왜 발생하는가? 거리에 수많은 한의원과 정형외과, 통증의학과가 널린 상황에서 통증의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하는 일은 일견 쉬운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어렵다. 그렇게 많은 병원이 성황리에 영업 중이라는 것이 수많은 환자가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의 반영이지 않겠는가.

 통증에 대해 양의사가 일차적으로 처방하는 진통제는 COX-1과 COX-2의 작용을 방해하고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산을 억제해 염증과 통증을 억제한다. 대부분의 통증에 잘 듣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들은 왜 그런 것일까? 예를 들어 섬유근통은 현재까지도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진 바가 없고, 때문에 적절한 약도 없어 많은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국내 섬유근통 유병률은 약 2%인데 이 사람들은 어떠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통증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섬유근통에 효과가 있는 치료법이 있다면 어떨까? 

 섬유근통은 특별한 질환이 아니라 TMS의 일종이며, 따라서 TMS를 치료하면 섬유근통도 다루기 어려운 질환이 아니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TMS는 Tension myositis syndrome의 준말로, 한글로 번역하면 긴장성 근육통 증후군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별도 분류된 질병은 아니고 저자가 창시해낸 개념으로 보면 될 듯하다. 


 TMS에 걸리는 과정을 보면 A형 성격(일에 대해 강박적일 정도로 강한 추진력을 가짐)과 유사한 성격 유형의 사람이 성격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그로 인해 일종의 신체화장애(아무런 내과적 이상이 없이 다양한 신체증상을 반복적으로 호소)가 나타난다.

 한마디로 예민한 성격과 과도한 스트레스가 몸을 망쳐놓는 것이다.


 TMS로 인해 주로 근육계의 통증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TMS가 자율신경계의 작동에 의한 것이라면 근육과 신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혈액에 의한 순환계통을 통해서이다. 근육과 신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가느다란 혈관들(소동맥)은 조금만 수축돼도 해당 조직에 공급되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고 그 결과 산소 결핍에 의한 통증이 발생한다. - 본문 중에서.

 근육의 긴장에 의한 신경흥분 및 혈액과 산소 결핍에 대한 이론은 최근에는 많은 곳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문제는 저자가 대부분의 통증을 TMS로 치부한다는 데 있다.

 추간판 탈출증, 척추관 협착증, 슬개골 연골 연화증, 섬유근육통, 점액낭염 등에 대해 대부분의 경우 구조적 문제가 통증을 불러오는 게 아니라 TMS로 인해, 다시 말해 마음 때문에 아픈 거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통해 통증이 줄어드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명의 추간판 탈출증을 동반한 요통환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침 치료를 통해 허리에 있는 근육의 긴장을 풀어줘서 1명만 낫고 9명은 그대로라면 근육의 구조적 문제에 관한 접근은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는 다른 원인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9명이 낫고 1명만 그대로라면 구조적 문제가 통증의 원인이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저자가 치료한 환자의 케이스에 있어서는 절대다수가 자신의 성격에 대해 돌아보게 하고 통증이 어디서 비롯했는지 깨닫게 함으로써 나은 반면 물리치료나 다른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거의 다 통증이 재발했다고 하는데, 일선에서 침 치료를 통해 숱하게 많은 통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한의사로서 대단히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구조적 문제는 분명히 별개로 존재하며 절대 가볍게 무시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저자의 말이 전적으로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통증 환자 중에는 심리적인 문제를 같이 안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그것을 함께 다루지 않고서는 치료에 대한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환자가 가진 기저 문제에 비해 너무 통증이 심하거나 오래가는 경우에는 심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고 어루만져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통증을 생각함에 있어 너무 눈에 보이는 것만 좇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때 한 번 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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