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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y 17. 2021

내가 살 찌는 건 쌀밥 때문이다? 아니면 고기 때문?

존 맥두걸, <어느채식의사의고백> 독후감

 비만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모두 체지방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지방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저탄수화물 고지방(이하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체지방이 탄수화물에서 비롯한다고 말합니다. 저 역시 저탄고지 이론을 지지하며,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함으로써 일주일에 4kg 이상의 감량을 이룬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을 쓴 존 맥두걸 박사는 체지방이 탄수화물에서 오는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복부지방은 어디에서 오는가? 되풀이 하지만, 지방을 먹으면 그것이 바로 지방이 된다. - 본문 중에서

 저탄고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의사고 존 맥두걸 박사도 의사죠. 그런데 왜 체지방이 어디에서 비롯하는지에 관해선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까요? 우선 존 맥두걸 박사의 의견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존 맥두걸 박사가 저서에서 주장하는 핵심은 "인간은 녹말을 먹어야 하며, 녹말을 중심으로 식사를 하면 살도 찌지 않고 다른 병도 잘 생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육식을 하면 혈관이 막히고, 대부분의 병은 혈관이 막히는 것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입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저자는 몇 가지 연구 결과를 제시하는데 핵심은 녹말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지방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날씬한 여성과 뚱뚱한 여성에게 보통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의 50% 이상을 섭취하게 해도 하루에 4g 정도의 지방, 4개월이면 겨우 500g 정도의 지방만 추가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녹말이 살이 안 찌기 때문에 아시안은 대부분 날씬하고 장수하며 서양인들은 뚱뚱하고 병에 잘 걸린다고 합니다.

 통계상 OECD 국가 중 한국과 일본이 가장 낮은 비만율을 선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프랑스의 비만율이 49%가량인데 한국은 34%이고 일본은 25%입니다. 이렇게 보면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가 비만에 강하다는 건 확실합니다.

 우리나라 안에서의 시간에 따른 변화는 어떨까요?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98년도에는 28.4%였던 30대 남자의 비만 유병률이 2018년에는 무려 51.4%까지 치솟았습니다. 특이하게도 30대 여자의 경우에는 큰 변화가 없고 오히려 2013년에는 20% 아래로 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이 기간의 쌀과 고기 소비량을 한 번 살펴볼까요?

 1980년과 2018년을 비교하면 쌀 소비량은 절반 아래로 떨어졌고 돼지고기 소비량은 4배 이상 늘었습니다. 소도 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육류 섭취가 비만을 불러온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러나 쌀 섭취가 일방적으로 줄어들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2008년과 2013년의 가공용 쌀 소비량을 보면 약 60%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죠. 쌀밥은 적게 먹지만 다른 형태로 쌀을 소비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가공용 쌀은 떡, 면, 술, 쌀과자 등의 형태로 소비됩니다. 밥은 적게 먹고 떡, 면, 과자는 더 먹고. 요즘 시대의 식사문화가 자연스레 떠오르지요?

 따라서 남성 비만율이 높아진 이유가 육류 때문인지 가공용 쌀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술 때문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술의 경우에는 점차적으로 소비량이 줄고 있으니 술은 범인에서 제외해도 되겠군요. 그렇다면 답은 결국 육류와 정제 탄수화물 중에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부터 지방 섭취가 체지방에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에 대해 의견이 갈립니다. 존 맥두걸 박사는 지방이 지방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지방 섭취를 유해한 것으로 봅니다.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저탄고지 식단을 하면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체지방이 눈에 띄게 감소합니다. 따라서 지방이 지방을 만들지 않습니다. 인슐린이 체지방을 만드는 것이며, 그 주범은 GI지수가 높은 정제 탄수화물입니다.

 그러나 저자와 제가 한 가지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것이 있습니다. 적어도 복합 탄수화물인 녹말은 비만의 주범이 아닙니다. 저는 녹말이 비만의 공범일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주범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존 맥두걸 박사는 녹말 섭취가 포만감을 주고 또한 녹말은 체지방으로 저장되지 않으므로 비만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요.


 자, 결말을 내기에 앞서 존 맥두걸 박사가 말하는 녹말의 정의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하겠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지금 정제탄수화물(빵, 파스타, 라면, 국수, 떡, 케이크 등)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공장에 들어가 변형되고 화학약품에 버무려진 공장음식이 아니라, 지금 막 밭에서 바구니에 담아온 밭음식(녹말음식)을 말하는 것이다. - 본문 중

 쌀밥은 건강을 해치지 않습니다. 비만의 주범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오히려 육식이야말로 건강을 해치고 살찌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저는 최소한 쌀밥을 중심으로 해서 소량의 단백질을 함께 섭취하는 아시안 식단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근거도 많이 있고요.

 무엇을 줄여야 할지 헷갈린다면 고기와 정제탄수화물 섭취를 모두 줄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부분에 대해선 아마 대부분의 의사들이 동의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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