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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y 21. 2021

미국 사회학과 교수가 말하는 유리천장

아이린파드빅,<유리천장 아래 여자들>

 세상에 남자만 있어도 안 되고 여자만 있어도 안 됩니다. 그런 세상이 있었던 적도 없지만 그런 세상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남녀 갈등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입장만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쓸 때 부모님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진 않습니다. 고용주가 해고를 지시할 때 피고용인의 아픔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자는 남자 입장 위주로 생각하고, 여자는 여자 입장 위주로 생각합니다. 여자의 입장은 어떠한가 자세히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많은 연구자료와 통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저는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구체적으로 어디에 유리천장이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제가 의아하다고 생각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기호 다음에 있는 것은 제 생각입니다.

미국에서는 의사가 소득 위계의 최상위에 가깝다. 반면 의사의 4분의 3이 여성인 구소련 국가 에스토니아에서는 의사의 소득이 평균 소득에 훨씬 가깝다.
> 에스토니아에서 의사 중 여성이 많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의사의 소득을 낮춘 게 아니라, 공산주의 문화의 잔재로 대부분 직종의 비슷한 것은 아닌지? 애초에 자본주의 국가와 공산주의 국가를 평행 선상에 놓는 것 자체가 에러.     
가사 노동은 노동력의 공급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데도 말이다.
> 예전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로봇청소기, 세탁기, 에어프라이어 등 각종 가전이 가사 노동을 줄여주고 있다. 따라서 자녀가 없다는 가정 하에서는 가사 노동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앞서 언급했던 직업 중에서 비서는 지금도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고 트럭 운전사는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다. 그리고 대체로 남성이 많은 직업은 여성이 많은 직업보다 돈을 더 많이 받는다.
> 일단 트럭 운전은 기본적으로 생명 수당이 붙어야 하는 일 아닌가? 여성 트럭 운전사가 같은 시간 노동을 하고도 돈을 적게 받는다면 그게 성차별이겠지만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남자아이에게는 30분간 눈을 치운 대가로 20달러를 지불하고 여자아이에게는 한 시간 동안 아기를 돌본 대가로 8달러를 지불한다.
> 추운 밖에서 눈 치우는 게 당연히 더 힘들고 돈을 더 많이 받을 일 아닌가? 여자아이가 눈을 치웠다면 20달러를 받았을 것이고, 남자아이가 아기를 돌봤다면 8달러를 받았을 것이다.     
민간 경비 노동자에 대한 캐나다의 한 연구는 고용주가 창고단독순찰 같은 위험한 현장에는 남성 경비를, 병원처럼 여성 노동자가 많은 현장에는 여성 경비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 [창고단독순찰 업무 있음.]이라고 적힌 채용 공고에 여성이 적게 지원한 것은 아닌지? 병원에 지원한 여성 경비가 훨씬 많았을 것 같다.     
여성이 주를 이루는 직업에서 12년간 종사한 뒤 관리직으로 승진하는 백인 남성은 44퍼센트에 달하지만 흑인 남성은 17퍼센트, 백인 여성은 15퍼센트, 흑인 여성은 7퍼센트라는 점은 부당하다.
> 그렇다면 인종/성별에 따른 승진 쿼터제라도 시행해야 하는가?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자본주의 국가와 공산주의 국가를 갑자기 평행 선상에 놓고 비교한다든가, 서로 다른 일을 한 경우를 비교한다든가 하는 예시가 많아서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동일한 직업/동일한 노동을 수행하는 두 사람이 오직 성별 때문에 임금 차이가 나야 성차별이 성립합니다. 직업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다면 비교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건 기본적인 상식입니다. 저는 한의사인데 의사와 임금 비교를 하면 타당할까요? 평균적으로 의사가 한의사보다 소득이 많은데 이게 서양학문을 숭배하고 동양학문을 차별하는 문화 때문일까요? 그냥 하는 일이 달라서 비교가 무의미하죠.

 또한 여성이 주를 이루는 직업에서 오히려 여성이 관리직으로 승진하는 비율이 적다고 했는데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수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남성의 근속 시간이 더 길고, 회사에 더 충성하는 모습을 보였을 수 있습니다. 이는 남성이 더 뛰어나서가 아니라 저자가 말한 대로 '남성은 권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성별 이데올로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이데올로기가 있든 없든 간에 중요한 것은 남자의 '근속 시간'이 더 길고 더 '충성'했다는 것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남자를 승진시킬 수밖에 없지요. 거꾸로 놓고 본다면 근속 시간이 짧고 덜 충성하는 여자 직원을 승진시키는 게 훨씬 더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여기서 왜 남성이 더 길게 일하게 되었는지가 중요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입니다. 여성이 가사노동을 맡아서 하니 남성이 더 바깥에서의 노동을 길게 한다. 그래서 승진한다. 따라서 여성이 가사노동을 해야 하는 사회분위기가 여성이 승진하지 못하게 하는 성차별 문화다. 이렇게 주장합니다. 이 부분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1980년대와 2010년대의 가사노동 분담률은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납니다. 예전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서-저희 아버지는 주 70시간씩 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여성이 가사노동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요. 그러나 전체적인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남성에게도 여유가 생겼고 그에 따라 자연히 남성의 가사 분담률이 높아졌습니다. 근로기준법의 개선이 남녀 가사노동 분담률에 영향을 준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점점 좋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은 줄어들 거라 생각합니다.

 

 먼저 제가 이 책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을 이야기했지만, 공감하는 부분도 많이 있었습니다.

남성 석탄 광부가 그건 남자 4명분의 일이라고 말하면 감독관은 “당신 같은 남자 하나로 충분하지 않다고?”라고 되묻는다.     
노동보호법은 고용주로 하여금 여성과 어린이를 하루에 정해진 시간 이상 고용하지 못하게 했고, 정해진 무게 이상을 들거나 야간 노동을 하거나 일부 업무를 맡지 못하게 했다. 이 법은 일부 여성을 야만적인 노동환경에서 보호해주긴 했지만 동시에 많은 여성이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공장 일자리를 얻지 못하게 막아버렸다.     
별개의 영역 이데올로기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협소한 역할을 강요했다. 이 이데올로기는 중간계급 남성들에게 경제적 성공을 끈질기게 추구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계에서는 고위직에 오르고 싶은 관리자는 대출업무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여성 은행 관리자에게 대출업무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기 때문에, 중간급 관리자 이상으로 승진하는 데 필요한 전문 경력을 습득할 수 있는 여성은 거의 없었다.

 두 번째 네모 안에 있는 내용은 명확한 성차별이죠.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어야 하는데 노동보호법이 역설적으로 여성이 높은 소득을 올리는 것을 막아버렸으니까요. 여성도 야간 노동을 하거나 정해진 무게 이상을 들고 싶어 할 수도 있으니 막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저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의 모습을 생각해 봤습니다.

 지금 진입장벽 없이 높은 소득을 올리는 새로운 직업 중 하나가 바로 음식 배달부입니다. 저녁 무렵이면 각 가정으로 치킨과 피자를 배달하기 위해 수많은 오토바이가 도로를 질주하고 있죠. 이 중 여자는 정말 극소수입니다. 저는 여자가 배달하는 것을 딱 한 번 보았습니다. 그것도 집 근처 음식점에서 도보로 갖다 준 것이었고, 사실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여자분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엄밀히 말해 음식 배달부는 사고와 사망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일하는 만큼 많이 벌고 또한 남녀 차별이 있을 수 없는 직업입니다. 그런데도 여자가 종사하는 경우가 드물죠. 왜일까요? 아무도 막는 사람이 없는데 왜 그럴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가 명확하고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자가 오토바이를 못 타서 배달부를 안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위험성'에 둔감한 생리적 특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남자들은 철이 안 들어서 빨리 죽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죠.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위험한 장난을 좋아하는 게 남자의 특성입니다. 머리에다 보드카를 붓고 불을 붓질 않나, 3층에서 뛰어내리질 않나, 오토바이로 스턴트를 하질 않나 하나같이 딱 죽기 좋은 장난들이고 여자들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투자 습관을 살펴볼까요? 여자들은 펀드나 ETF 거래를 많이 합니다. 분산해서 투자하고 차곡차곡 수익을 내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 물론 주식보다는 애초에 부동산 투자를 더 선호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반면 남자들은 어떤가요. 급등주를 추격 매수하고, 그것도 여윳돈이 아니라 대출을 내거나 신용 미수를 써서 몰빵한 다음 급락하면 손절하고 엉엉 우는 게 남자의 투자법입니다. 이미 올해도 2030 남성의 수익률이 가장 저조하다는 분석기사가 난 적이 있죠. 

 결론은 남녀가 생물학적으로 다르고, 선호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에서나 직업 선택에서나 취향에서나 다양한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배달부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여자들은 하지 않는 것처럼 특정 직업에서의 남녀 비율을 정하기도 하고요. 사족이지만 제 직업은 한의사고, 한의대의 남녀 비율은 비슷하며, 남녀 한의사 간의 임금 차이는 전혀 없습니다. 임금 차이가 있다면 할 수 있는 술기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추나를 할 수 있는지, 매선을 할 수 있는지 등 술기가 임금 차이를 결정짓습니다. 그래서 저는 직장에서도 별로 유리천장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론짓자면 여성의 근로에 대한 불이익이 조금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유리천장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편향적인-그리고 과거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해석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저는 AMD의 CEO 리사 수를 존경합니다. 리사 수의 인터뷰 내용으로 독후감을 맺습니다.


“스스로 ‘최초 여성 CEO’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새로운 CEO’일 뿐이다. 소수계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편이다. 편견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인식도 거의 없다. 그저 혁신과 기업 경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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