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송 Jun 08. 2021

심리학자가 39살에 기타를 배우며 느낀 것

개리 마커스, <나이에 상관없이 악기를 배울 수 있는 뇌과학의 비밀>

 나는 20살에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25살 때 처음으로 내 페달을 샀고, 26살 때 전자드럼을 샀고, 27살 때 처음으로 돈을 주고 드럼을 배웠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나는 100곡 넘는 곡을 연습했고 아직도 종종 연주하고 싶은 곡이 있으면 연습실을 찾곤 한다. 곡을 단순히 감상하는 청자의 입장을 벗어나 연주자가 된다는 것에는 특별한 기쁨이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악기를 배울 수 있는 뇌과학의 비밀>은 그런 기쁨을 체험하고 분석한 내용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음악에 관해 궁금해하는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데, 때로는 저자의 단순 의견일 때도 있고 때로는 실험을 바탕으로 한 연구결과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악기 연주에 있어서 강점을 강화하는 것과 약점을 보완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실력이 더 좋아질까? 그에 대한 답은 이렇게 제시된다.

이제까지 실행된 연구를 보면, 연습시간의 단순한 총량보다는 얼마나 약점의 개선에 목표를 두고 연습했는지가 기술의 숙련도를 더 빨리 향상시킨다. 재미를 위해 자신이 할 줄 아는 것만 계속해서 연습하는 것은 더 높은 숙달의 단계에 도달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다. - 본문 중

 이 내용은 사실 비수처럼 나의 가슴을 찌르기도 했는데, 나는 연습할 때 내가 익숙하고 편하고 쉽다고 생각하는 것만 반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Odd time에 약하고, shuffle rhythm을 잘 치지 못하고, 연주 중 손발의 세밀한 강약을 잘 조절하지 못한다. 그러나 내가 잘 못 하는 걸 연습하면 지루하고 힘들기 때문에 약점이 드러나지 않는 헤비메탈이나 메탈코어 류의 곡을 연습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자기가 할 줄 아는 것만 연습해서는 아무런 발전도 없다.


 또 음악이 순전히 인간의 '이기적 유전자'에 의한 번식을 위해 발전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이렇게 답한다.

순전히 유전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예술에 대한 투자는 승산이 없는 게임이다.

 결국, 음악은 번식(생산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측면에서 발전해 온 거라는 이야기다.


 성인이 되어 무언가를 새로 배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바쁜 일상 속에 그런 걸 배워야겠다는 결심 자체를 하기 어렵고, 결심을 해도 돈과 시간이 있어야 하며, 시작하게 됐더라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새로운 것을 배울 수만 있다면 항상 거기에는 그간 알지 못했던 즐거움이 숨어있다. 악기가 되었든, 외국어가 되었든 말이다. 저자는 39살에 기타를 배움으로써 남들 앞에서 연주하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고, 심리학적 연구도 할 수 있었으며, 음악을 좋아하는 창의적인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나도 작년에 피아노 학원을 2-3개월 다닌 적이 있었는데 느리나마 캐리비안의 해적 ost를 연주해 보면서 드럼과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삶이 너무 지루하다면 악기를 하나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일단 1개월만 해 봐도 좋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사회학과 교수가 말하는 유리천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