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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y 06. 2021

학자금 대출 8천만 원을 상환했다

오랜 시간이었다.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내게 생겼던 600만 원의 대출.

500만 원 남짓한 등록금과 100만 원 남짓한 입학금이었다.

당시에는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이 없어 농협에서 대출을 받아야 했다.

20살의 신입생이었던 나는 대출이 뭐고 금리가 뭔지도 모른 채 약 7% 이자를 내는 학자금 대출로 대학생활을 시작했던 것이다.


2학기 등록금을 내줄 여유가 있었더라면 우리 부모님은 애초에 1학기에 내주셨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대출은 학기마다 이어졌다.

6년 12학기 동안 등록금 500만 원에 생활비 100만 원씩 해서 7200만 원가량의 대출이 생긴 것으로 추정한다.


사실 어느 정도 대출에 대해 감이 생겼을 때-이자가 제때 빠져나가지 않아 연체 문자를 받으며 감이 생겼다- 나는 한의사가 되면 곧 그 정도는 갚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총 8천만 원에 대한 이자만 해도 적지 않았다. 8천에 3%만 적용해도 월 20만 원인데 거치기간이 끝나 원금이 붙기 시작하면 상환액은 더욱 커져간다. 게다가 취업 후 학자금 상환 대출은 소득에 비례해 더 많은 원금을 빠른 시일에 갚도록 했다.


과정은 길었지만 어쨌든 대학 졸업 후 7년 만에 결국 학자금 대출을 모두 청산했다.


마지막으로 날아왔던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의 문자 한 통.


모든 학기의 대출을 상환하고 나면

"이제 당신은 자유입니다!" 같은 문자라도 한 통 올 줄 알았건만 저게 다였다.

그렇게 내가 정부에 진 빚은 문자 한 통을 마지막으로 허무하게 사라졌다.


나는 8천만 원이 아깝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학교 다닐 때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을 탔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잠깐 한 적이 있지만 그때로 돌아가면 또 젊음을 낭비하기 싫다며 실컷 놀았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기에 장학금에 대한 미련도 없다.

8천만 원은 집안에 여유가 없는 내가 한의사가 되기 위한 대가였고 나는 그 선택에 무척 만족하고 있다.

그래서 고맙다,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학자금 대출이.


그래도 이젠 안녕, 더 이상 납입일 안내 문자를 받지 않게 된 것만큼은 상당히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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