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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n 04. 2021

인생의 모든 것을 담은 중국드라마

<사조영웅전 2017> 감상문

 드라마 사조영웅전(2017)을 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사실 아주 조악한 수준의 CG가 버무려진 액션씬을 위주로 한 무협드라마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단 1화 만에 그 생각은 깨졌고 회차를 거듭할수록 나는 점점 이 드라마에 빠져 겨우 일주일 남짓한 시간만에 52화짜리 드라마를 다 보게 되었다. 그 안에는 사랑, 부, 명예, 욕망, 운명 등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어느 것 하나 흥미롭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하 스포주의


- 은혜와 원한

 드라마 속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은혜와 원한을 분명하게 가를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새옹지마 이야기와도 같은 구조다. 특히 여러 번 은원관계가 얽히는 속에 나는 희미하게 나중에 대칸이 큰 사고를 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린 시절 곽정과 어머니를 구했던 대칸이 결국 어머니를 죽게 만들고 송나라까지 공격하게 되었다. 구해준 목숨을 제 손으로 거둔 셈이니 참 아이러니 하지만, 작가는 이런 게 바로 인생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 운명과 의지

 인생은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일까 아니면 운명대로 흘러가는 것일까? 때로는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 같지만 대개는 운명에 이끌려 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곽정은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양심적인 사나이다. 그리고 황용을 사랑한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해야 했고 그 때문에 몇 차례나 황용과 이어질 기회를 놓치게 된다. 사실상 사조영웅전에서 가장 답답한 부분인데, 현실 속을 살아가는 내가 아무리 답답해 하더라도 드라마 속의 곽정은 이상을 추구하는 인물로서 양심을 고수한다는 점이 그만의 매력 포인트가 된다. 마지막 화에서 곽정은 인생이 제 뜻대로 되지 않는 걸 깨달았다고 하는데, 이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순간순간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개인의 결정이지만,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를 흔드는 것은 운명이라고 말이다.


- 믿음과 배신

 곽정은 의형제 양강을 끝까지 믿지만 그 믿음을 이용해 더욱 악독하게 배신한다. 그러나 신의를 끝까지 지키는 인물도 많았다. 인생에서 믿을 수 있는 인물과 그렇지 못한 인물을 구분하는 힘을 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람이 남에게 의지할 때는 자기가 위험에 처해 있을 땐데, 신의가 없는 인물에게 잘못 의지했다간 인생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신의가 있다고 해서 주변에 그런 사람만 가득하리라고 믿는 건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양강은 치가 떨리는 배신을 반복해 우리의 그런 순진한 믿음을 깨부수고 교훈을 주는 인물이다.


- 성취와 행복

 마지막에 구양봉이 미쳐버리고 대칸은 병으로 앓아눕게 되면서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은 더욱 색채가 짙어진다. 천하제일인은 아들과 제정신을 잃었고, 최강대국의 왕도 죽음을 피하지는 못했다. 그런 대칸을 보고 곽정은 당신이 지나온 길엔 수많은 피가 뿌려졌을 뿐이라며, 진정한 왕은 백성을 지켜야 하는 법이라고 일갈한다. 

 살다보니 나도 점점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갖고 싶은 많은 돈과 명예를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전진하다보면 분명 그것을 다 이루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수많은 불법과 과오가 산을 이루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분명 돈을 많이 벌고 편안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이뤄가는 과정도 중요한 것 같다. 어차피 내가 입고 먹는 것 이외에 사치를 위한 돈이라면 그것을 위해 남을 해치고 거짓을 말하는 것은 스스로의 인생에 결국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뭐니뭐니 해도 이 드라마에서 가장 부러운 것은 곽정의 곁에 있어주는 황용의 존재다. 누가 뭐라해도 오직 곽정은 정직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믿어주는 천사 같은 황용. 물론 예쁘고 귀엽고 똑똑하지만 한결같은 어머니의 사랑과도 같은 사랑을 베풀어주는 반려자를 만나 함께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나은 인생이 대체 무엇일까. 내가 누군가와 그런 믿음을 주고 받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 인생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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