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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Apr 09. 2021

체중 감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결심'

 거의 매일같이 비만 환자를 마주한다.

 나는 모든 비만인에게 감량을 권하지 않는다.

 비만 환자와 비만인은 다르다.

 비만 환자는 비만으로 인해 건강이 좋지 않아서 체중을 감량해야만 하는 '환자'고, 비만인은 다만 이 정도 키에는 이 정도 체중이 맞다는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이다.

 내가 치료하고 싶은 것은 비만 환자다. 비만으로 인해 많은 부작용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비만은 내 몸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상대적&절대적 비율이 늘어나는 것이다.

 절대적인 질량과 상대적인 무게가 늘어남으로 인해 우리 몸에는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생긴다.

 사람들은 외모를 보고 비만인을 업신여기고, 종양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고(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난소낭종 등), 혈압이 높아지며(혈관이 좁아지니까), 고지혈증이 생기고(대개 비만인의 식이는 고탄수+지방이며 이것들은 지방의 형태로 저장되므로), 수면무호흡이 생기면서(코골이 하는 사람 중 대다수가 비만인이다), 호흡기 자체의 문제가 생기고, 삶의 질이 떨어진다.


 이런 건강상의 수많은 위험을 떠안고 환자가 비만해야만 할 이유는 무엇일까?

 어릴 때 부모님이 나에게 상처를 줘서?

 언젠가 전 애인이 나에게 막말을 해서?

 오늘 직장 상사가 나에게 구박을 해서?

 남이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것과 내가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것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내가 살쪄 있는 정도만큼 나의 허리와 무릎, 발목은 무너져 갈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관계가 있는 것이 바로 관절-체중이다.

 

 어쩌면 비만도 정신적인 문제에서 더욱 크게 기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뭐가 어찌 되었든 간에 나는 비만 환자에게는 반드시 체중 감량을 권한다.

 그러나 그 말을 꺼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내가 체중 감량을 권하면 대부분의 환자는 이렇게 답한다.

 "선생님, 저도 살을 빼야 하는 줄은 알지만 쉽지가 않아요."


 갑자기 내가 살아온 방식을 바꾸라고 하면 누구에게나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점은 충분히 공감한다.

 공감하기 때문에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체중 감량에 절실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환자 그 자신이다.

 무거운 체중으로 하루를 더 살면 그만큼 무릎과 허리는 하루를 더 힘들게 보내야 하며, 그만큼 연골과 인대의 손상 및 염증이 심해질 것이며, 통증이 줄고 병이 낫는 기간이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환자에게 충분히 납득시키기는 절대 쉽지 않다.

 매일 치킨 한 마리 먹던 사람에게 이제 1/2마리만 먹으라고 해 보라. 언제 주어질지는 모르지만 이대로 1년간 1/2마리를 먹으면 어느 날에 20만 원의 현금 보상을 얻게 된다고 해 보라. 눈에 보이지 않는 20만 원보다 당장 오늘, 그리고 원할 때마다 먹을 수 있는 치킨 한 마리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그런 존재다. 사람이 그냥 나약하고 멍청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식욕이 그만큼 거스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욕심에 대해서도 그렇다. 받을 때는, 가졌을 때는 아무것도 당연한 줄 감사한 줄 모르고 있다가 그것을 빼앗기고 나면 뒤늦게 그게 소중한 것이었구나 생각하고 후회하는 동물이 사람이다.


 나는 오늘도 기대했다.

 무릎이 거의 다 망가져가는 50대 후반의 환자가 "선생님, 저는 체중을 좀 줄여야 앞으로 덜 아플 것 같아요. 살을 빼게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을.

 그러나 오늘도 다르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무릎 통증을 줄이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기 위한 감량이 필수적입니다."라고 했고 그는 나에게 "예, 술도 끊으라 했고 이것저것 듣기는 했는데 쉽지 않을 것 같네요."라고 했다.

 한 번 더 그에게 체중 감량을 권했어야 했을까?

 그랬다면 그가 나에게 어째서 외모로만 자꾸 사람을 판단하냐고 따지고 들지는 않았을까?

 이런 걸 생각하기 피곤하지만 이런 걸 생각해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다만 나는 맹세컨대 모든 비만 환자에 대해 오직 건강의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감량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 말라. 불가능할 거라 지레짐작하지 말라.

 모든 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력에 따라 해결되리라고 믿으라.

 다른 건 몰라도 체중 감량은 하는 만큼 정직하게 반응하게 마련이니까.


 환자가 결심을 하지 않으면 의사는 대신 체중을 빼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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