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송 Aug 23. 2021

당신은 여행자입니까

김영하, <여행의 이유> 독후감

 #1. 진부하지 않은 여행기

 대체로 여행서적을 보면 진부한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여행은 나를 알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느니, 누구나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가 가장 설렌다느니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에서는 그런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애써 진부하기를 피했다기보단 스스로 진솔하게 이야기를 하려고 한 느낌이 든다. 또 여행지에서 뭘 했고 어땠다는 식의 전개보다는 여행 그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러니 색다른 여행기다.


 #2. 나는 여행자인가 아닌가

 김영하 작가는 자신이 끊임없이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고 했다. 여행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적이 있었고, 여행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여행인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독자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 묻는다.

 나도 한때는 일년에 두 차례씩 해외여행을 나갔고, 캐나다에 일년을 살기도 했고, 남미에서도 4개월여를 보낸 여행자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로는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지 않았는데, 여행을 못 가면 지루하고 힘들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나는 잘만 지내고 있다. 어쩌면 나는 '한시적' 여행자였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내가 일상 속에서의 모든 새로운 경험을 여행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매일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학교(혹은 직장)에 가는 것도 여행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나는 요즘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다. 오늘은 이런 시도를, 내일은 그런 시도를 하며 낯선 길을 걷고 있다. 그것이 인생을 여행하는 법이 아닐까.


 #3. 인상깊은 결혼식

 김영하 작가는 결혼식에 동창 등을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정확히는 몰라도 아마 그 때가 코로나19 유행으로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던 때는 아닐 것이다. 그는 자발적으로, 스스로 생각한 끝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결혼식의 49명 제한으로 인해 누구를 부르고 누구를 부르지 말아야 할지 골치가 아프다고들 한다. 아마 예전에 뿌린 경조사비 회수,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애매해진 친분 관계가 주요한 문제일 것이다. 물론 돈은 중요하다. 내가 1천만원 뿌리고 10원도 못 받으면 그 돈은 그냥 허공에 사라지니 아깝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김영하처럼 행동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냥 지금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만 부르는 것이다. 최근 6개월 이내에 얼굴 보고 시간 보낸 적이 있는 사람, 코로나19라서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볼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통화를 했던 사람만 부르는 게 어떨지?

 나는 친하지 않으면 아예 경조사를 챙기지 않는 편이라 일이 있어도 고민하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예전에 아주 친하게 지냈던-그리고 지금은 거의 연락하지 않게 된- 동아리 선후배들에게 연락을 해야 할지는 고민을 할 것이다. 아마도 일년에 한두번씩 안부문자라도 주고 받는 사이만 부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애조가(愛鳥家)가 보면 새에 더욱 빠지게 되는 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