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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Aug 20. 2021

애조가(愛鳥家)가 보면 새에 더욱 빠지게 되는 책

데이비드 앨런 시블리, <새의 언어> 독후감

 붕어낚시를 갔을 때의 일이다. 가만히 앉아 찌를 보고 있던 나는 그 터가 마냥 고요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들이, 그것도 여러 종류의 새들이 번갈아가며 자기 목소리와 노래를 뽐내고 있었다. 하루 종일 낚시터에 앉아 새소리를 들은 나는 거기에 최소 5종 이상의 새가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후 거기에 갈 때마다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 소리는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지만 분명 귀를 즐겁게 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새들이 알려주고 있었다.

 

 <새의 언어>는 약 80종의 새에 관한 이야기를 실은 책이다.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에 내가 한 생각은 신기한 것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특징을 가진 동물을 '새'라는 하나의 분류로 묶는 것이 타당할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새들이 가진 특징은 상상 이상으로 다채로웠다.


 따지고 보면 사람도 그런 면이 있다.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사람으로 규정하고 서로 마주칠 때 같은 동물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동물, 예를 들어 개의 눈으로 보았을 때 레이디 가가와 스티브 잡스가 같은 종의 동물이라는 것은 상당히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특정 오감이 발달한 경우가 있다. 나는 냄새에 민감한 편이지만 소리는 잘 듣지 못한다. 하지만 헛간올빼미는 무려 양쪽 귀의 높이가 달라서 다른 새보다 훨씬 소리를 잘 듣는다.

 '아비'라는 새는 물에 사는 새인데 완전히 물에 특화된 몸을 가져서 육지에서는 잘 걷지도 못한다. 마이클 펠프스도 아마 달리기는 그다지 잘하지 못할 것이다.

 아직 사람이 다 파악하지 못한 새의 비밀도 무척 많다. 큰부리바다오리는 무려 200미터까지 잠수할 수 있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긴 사람이 먹는 약도 아직 그 기전이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정말 많다. 

 그간 새에 대해 가졌던 궁금증도 많이 풀렸다. 나는 새들, 특히 물가에 사는 새들이 물고기를 통째로 삼키는 것을 볼 때마다 질식하거나 소화가 안 되어 위장장애를 앓진 않을까 걱정했었다. 알고 보니 새의 위장은 사람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해서 위장운동만으로도 사람이 씹고 삼키는 것만큼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었다.

 또 한 가지, 새들이 서 있을 때 무릎이 이상한 방향으로 구부러져 있어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무릎이 아니라 발목이었다. 사람의 발목이 뒤쪽으로 구부러져 있는 것처럼 새의 발목도 그랬을 뿐이었다. 단지 우리의 관념대로 생각하다 보니 발목을 무릎으로 착각했을 뿐.


 이렇게 너무 많은 이야기가 실려있어서 이 책이 어떠하다는 이야기를 다 싣지는 못하겠다. 다만 자연과 새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좋아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책장을 늘리지 않기 위해 종이책보다 전자책 소비를 선호하는데, 이 책은 종이책으로 사길 정말 잘했다. 왜냐하면 아무 때에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흥미로운 내용뿐인 재밌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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