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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Aug 09. 2021

잠깐 걸음을 멈추고 숨 쉴 여유를 주는 책

안규철, <사물의 뒷모습>

 나는 늘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 양치를 할 때는 좌상, 좌하, 우상, 우하를 몇 번씩 닦았는지, 이 정도면 충분히 닦았는지 생각한다. 길을 걸을 때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과 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일의 순서를 생각한다. 아무 일도 없을 때는 돈과 결혼에 대해 생각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잘 살아야 하는가 생각한다. 모든 것이 지금보다 '더 잘' 살기 위한 노력이다.

 아마 자동차를 나의 삶처럼 굴리면 쉽게 망가질지도 모르겠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달리기를 하고, 세 번 이상 근력운동을 하고, 매일 6시간 정도를 면서 8시간 정도를 일하고, 눈은 항상 모니터 아니면 휴대폰을 보고 있다. 그다지 쉬어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삶이다. 그러나 누가 시켜서라기보다 내가 원해서 이렇게 살고 있다. 나에겐 욕심이 많기 때문이다.

 <사물의 뒷모습>은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쉼표와 같다. 책을 읽다 보면 내 삶을 가만히 돌아보게 된다. 그냥 내가 걸어온 길 뿐만 아니라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왜 오늘도 그렇게 열심히 모니터를 보았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서 그토록 '더 잘' 살고자 하는 것일까, 내가 바라는 삶의 종착지는 어떠한 모습일까 등등 24시간 무언가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내가 평소에 보지 못하는 인생과 사물의 다른 면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작가의 말마따나 우리의 삶은 어딘가에서 끝이 난다. 그나마 가족과 친척, 친구들이 내가 떠난 후에도 조금 더 기억해주겠지만 그들마저 죽고 나면 이 세상에 나를 기억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나도 죽고, 친구들도 죽고, 우리 모두가 죽고 사라지는 것은 변경 예정이 전혀 없는 고정불변의 행사다. 그 안에서 우리는 아등바등 무엇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것일까?

 너무 '잘'(부유하고 편안하게) 사는 것에 몰두하다 보면 다른 의미의 '잘'(행복하고 여유롭게) 사는 것에서 멀어질 수 있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자식을 낳기 위해 태어나지도 않았고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태어난 것도 아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심호흡을 하며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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