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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Sep 10. 2021

한의사의 무궁무진한 진로

대만드,<한의원 밖으로 나간 한의사들> 독후감

 한의대를 졸업한 지 7년 반이 지났다. 나는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후 개원가에 뛰어들었고, 친구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참 재미없는 학교를 간 것이다. 한의대에 갔으니 한의사가 되는, 마치 모든 게 정해져 있는 것 같은 삶을.


 하지만 크나큰 오해였다. 그냥 내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지, 한의사의 길이 그렇게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사례가 <한의원 밖으로 나간 한의사들>에 실려 있었다. 솔직히 이 정도로 다양한 진로가 있을 줄 몰랐는데 많이 놀랐다. 

 이 책은 대만드가 지었는데, '대신 만나드립니다'의 준말이다. 즉, 한의대생들이 특별한 진로를 개척한 한의사들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미 한의대생의 피땀이 묻어있으니 책의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내용도 무척 좋다. 이 책에서 접할 수 있는 진로를 크게 나누어도 해외진출편 / 문화편 / 공공기관편 / 연구자편 / 임상편의 5가지나 된다. 해외진출편에서는 미국 하버드 보건대학원에 다니는 한의사, 우즈베키스탄 글로벌협력의사 등을 다루었다. 문화편에서는 소설을 쓰는 한의사가, 공공기관편에서는 보건산업진흥연구원에 일하는 한의사가 나온다. 임상편에는 복수면허(*의사/한의사 면허를 둘 다 가진 사람)이 나오는데 특이하게도 외과전문의 자격까지 갖고 있다. 한 명 한 명 흥미롭지 않은 사람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소설가인 오수완 한의사와 복수면허자인 임채선 한의사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오수완 한의사의 인터뷰는 나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더 와닿은 면이 있었고, 임채선 한의사의 인터뷰는 한의사인 아버지가 보여준 치료 사례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한의원 밖으로 나간 한의사들>의 인터뷰이가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해라."로 정리할 수 있다. 외국에서 공부를 해 보고 싶으면 장학금 알아보고 서류로 지원부터 해 보고, 소설을 쓰고 싶으면 써 보고, 팀닥터로 일하고 싶으면 스포츠쪽으로 대외활동을 해서 해 보라는 아주 쉽고 단순한 이야기다. 거의 90% 이상의 한의대생이 졸업 이후 어떻게 보면 단순한 개원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생각하면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자들의 값진 인터뷰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어떤 전공을 했고 현재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 자신의 한계를 지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예전의 나는 내가 한방병원에서 일을 하게 될 거라곤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듯이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항상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것이 그것과 관계있는 것인지를 잊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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