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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Sep 14. 2021

바쁘게 살아야 성공한 삶이다?

셀레스트 헤들리,<바쁨중독>독후감

 나는 엄청 바쁘게 산다. 기본적으로 9시 30분부터 19시까지 일을 하지만 그것 때문에 바쁜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3번은 골프연습, 3번의 달리기, 2번은 중국어 레슨, 틈나는 대로 독서와 러시아어 공부, 그리고 드라마 감상 등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주말이라고 해서 가만히 있지 않는다. 힐링이라는 명목으로 낚시 또는 캠핑을 간다. 월요일이 돌아오면 또다시 쉴 틈 없이 쳇바퀴가 돌기 시작한다.

 아마 나만 이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주변을 돌아봐도 하나같이 바쁘게들 살고 있다. 바디프로필 촬영, 골프, 테니스, 크로스핏 등 운동으로 SNS를 가득 채운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한편에선 교외의 예쁜 카페와 맛집으로 SNS를 가득 채운 젊은이들이 환호하고 있다. 물론 이들도 9~18시의 '기본적' 노동을 병행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의 SNS를 보고 있자면 이런 생각이 든다. 대체 무슨 힘으로? 무얼 위해 이렇게들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바쁨중독>의 저자, 셀레스트 헤들리는 이러한 바쁨중독이 현대인의 성공에 대한 환상과 관계있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바쁨이 성공의 지표인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친구에게 안부를 물었을 때 두 가지 반응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1. 나 요즘 너무 바빠 죽겠어. 영어 시험도 쳐야 하고 회사 일도 너무 많아.

 2. 요즘 정말 한가해. 주말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을 때도 있다니까?

 혹시 이 두 가지 답변 중에 2.의 경우 친구가 조금 무능력하다고 느껴지진 않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 역시 '바쁨=성공'이라는 잘못된 인식에 빠져있는 것이다.

 바쁜 것은 성공의 지표가 아니며, 성공한 사람이 바쁘다고 한들 그 사람이 한가한 사람보다 더 행복한 것은 아니다. 우리 삶에 꼭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성공인가, 아니면 행복인가? 만약 행복을 바라는 것이지 성공이 중요한 게 아니라면 <바쁨중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다.


 우리는 목표에 도달할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원하며, 별 5개짜리 리뷰가 가장 많은 방법이 목표 도달을 보장해주기를 바란다.


 사실 내가 바쁘게 사는 이유 중 하나가 삶의 '효율성'에 관한 집착임을 부정할 수 없다. 24시간 중 8시간을 자고 16시간을 쓸 수 있다면 그 안에서 뭐라도 다르게 살아야(더 효율 좋게 살아야)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남들보다 게으르게 살아서 성공할 확률보다는 높겠지만 사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큰 차이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과연 어떨까? 저자는 24시간 이메일에 답장해주는 바쁜 삶을 살았고, 어떤 이메일에는 특정 시간 이후로는 답장을 해 주지 않는 시도를 해 보았더니 별다른 변화가 없기에 점점 자신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도 골프, 달리기, 중국어 등 여러 활동을 조금 줄여도 인생에 별 지장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활동시간을 줄여서 내가 좀 더 컨디션이 좋고 행복하다면 그렇게 하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대로 살아도 될 것이다.

 지금의 나로선? 아직은 이 상태를 조금 더 유지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바쁨중독>을 읽고 나서도 바쁨이 성공이라는 환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것에서 완벽한 효율을 추구할 수 없는 만큼, 조금은 조급증을 버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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