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스 한센, <인스타 브레인> 독후감
SNS개발자는 보상 시스템을 자세히 연구해 뇌가 불확실한 결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자주 보상을 해줘야 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나는 SNS를 한다.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한다. 이 중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매일 접속한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매일 수시로 살피니 화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적어도 10분은 되는 것 같다. 스스로 피드를 올린 후에는 좋아요를 확인하느라 더욱 자주 보게 된다. 그렇게 인스타그램을 자주 보기 때문에 이 책 <인스타 브레인>을 읽게 되었다. 인스타그램과 내 뇌가 어떤 관계가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첫 번째 문제는 몰입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우리 뇌가 SNS의 피드를 넘기며 받는 짧고 신선한 자극에 중독되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SNS가 아닌 다른 활동에 집중하는 게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그럴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다 말고 분명하게 드러난 문제에 충격을 받고 말았다. 겨우 이 책 한 권을 읽는 동안에, 그것도 한 단락을 채 다 읽기도 전에 내 손은 몇 번이나 휴대폰을 집어 들려고 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전화나 문자가 와서? 그렇지 않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인터넷에 재밌는 게 올라오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SNS에 중독된 뇌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도박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슬롯머신 중독자들을 쉽게 비난하곤 한다. 주식의 선물 옵션 트레이딩을 하면서 돈을 잃고도 또다시 대출까지 받아 거기에 뛰어드는 트레이더들을 비웃곤 한다. 하지만 도박도 해 봤고 주식 단타도 해 본 내가 생각하기에는 SNS중독자들의 뇌 역시 같은 모양으로 망가져 가고 있을 게 분명하다.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받고자 하는 보상 시스템은 카지노의 슬롯머신에만 적용된 게 아니라 SNS에, 그것도 가장 발달된 형태로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류의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이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문제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SNS중독으로 인해 우울증에 걸린다는 것이다. SNS에 주도적으로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들은 대개 성공한 경우가 많다. 돈이 많고 사회에서 높은 지위를 갖고 있고 예쁘고 몸매가 좋기 때문에 계속해서 좋아요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게시물을 올려댄다. 그러면 나머지 사람들은 자기가 갖지 못한 그들의 외모와 자산, 그리고 경험을 보며 부러워하는 수밖에 없다. SNS를 하면 할수록 기분이 좋아지기는 커녕 우울해지기만 하는데 과연 이것을 자연스러운 진화의 과정이라고만 받아들이는 것이 옳을까?
물론 SNS가 무조건 다 나쁜 영향만 있으니 끊으라는 게 이 책의 메시지는 아니다. SNS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도 무척 많다. 나 역시 직접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기는 어려운 선후배, 친구들의 근황을 SNS로 접하면서 세상과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또 스스로의 새벽 기상이나 다이어트 식단 사진을 올리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응원받고 자신의 의지를 강화할 수 있기도 하다. 단지 SNS를 너무 자주 보는 사람인데 기분이 우울할 때가 많다면 SNS 때문은 아닌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부록에선 디지털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전수칙을 소개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시간을 체크하고(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시간 동안 쓰는 줄 모르고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를 흑백톤으로 설정하고, 문자나 메일을 확인하는 시간을 따로 정하는 등 아주 좋은 수칙들이 많다. 특히 SNS에 급박한 이야기가 올라올 일은 거의 없으므로 문자나 메일을 확인하는 시간을 따로 정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도 이제는 매시 정각에만 한 번씩 체크하고 그 외 시간에는 사진을 찍거나 전화를 하는 등의 직접적인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휴대폰을 보지 않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