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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r 11. 2016

무엇을 위해 일하고 계십니까

제현주,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독후감

전에 진중권 교수가 북콘서트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요즘은 구글에 자료가 많아요. 뭔가 궁금한 주제가 있으면 검색을 해 보죠. 이미지를 쫙 나열해서 봅니다. 이런저런 자료들을 눌러서 보다 보면 정보가 습득이 되고 어떻게 책을 써야겠다는 감이 와요. 여러분도 해 보세요. 저는 책을 그렇게 쓰기도 합니다.

책을 어떻게 쓰느냐는 청중의 물음에 대한 답변이었다.


<내리막세상 노마드...>를 쓴 제현주 작가도 아마 그런 유형의 사람이 아닌가 싶다. 무려 100개를 넘는 레퍼런스와 꼼꼼한 출처 기재에 나는 정말 놀랐다. 제목에 '노마드'가 들어있어서 조금 느슨하게 쓴 글이 아닐까 생각했건만 이렇게 꼼꼼한 책이라니. 뒤집어 말하면 그 꼼꼼함 때문에 조금은 논문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인용이 많은 만큼 책 내용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 서술방식상 지루한 것은 개인차가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만 본인이 대기업을 다니면서 겪었던 고충이나 그만둔 후에 겪어야 했던 (예상치 못한) 난관들을 사실적으로 잘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 대기업 직장인이라면 많은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글을 맺으면서도 섣불리 직장을 그만두라거나 하는 식의 극단적 충고를 하지 않는 점도 높이 사고 싶다. 안내서라는 제목을 달고 글을 쓰다 보면 뭔가 확실하고 강렬한 충고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수 있는데 다행히 그러지 않았던 모양이다. 작가 스스로 이 책을 쓴 이유는 직장을 무작정 때려치우라는 게 아니라 어떻게 일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하라면 대기업 직장인, 그리고 대기업이 아니라도 바쁜 업무에 시달려 일과 삶의 균형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하고 싶다. 그리고 언제 읽는 게 좋냐고 묻는다면 그 빠듯한 직장생활 중 휴가를 내서 어딘가로 갈 때, 그때 들고 가라고 하고 싶다. 휴양지에서 이 책을 읽다 보면 그간 내면에 간직해 온 의문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물을 것이다.

"그동안 뭐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일하셨나요?"

개인적으로는 일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돈을 벌기 위함인데, 내가 생활에 필요한 돈이 얼마이길래 이렇게 건강을 망쳐가면서 일해야 하는지 그 액수를 생각해 보라고 한 부분이 실용적이면서 재미도 있었다. 과연 나는 얼마가 필요할까? 목표치를 높게 잡으면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일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조금은 급여가 낮은 직장으로 가도 좋을 것이다. 미래의 삶의 질은 자신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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