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송 Mar 14. 2016

자본론을 읽고 몸소 실천한 빵집 사장

와타나베 이타루,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독후감

무슨 책이든 반응이 일관될 수는 없지만 이 책 읽고나서는 아마 반응이 두 가지로 갈릴 것 같다.

1. 자본론을 쉽게 설명해줘서 좋다. OR 2. 정작 자본론 내용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둘 중에 어느 반응이 나올 것인가는 어떤 기대를 갖고 책을 읽었는가에 달려있다.


나는 아무 기대도 안했다. 엄청 대단한 책일 거라는 생각도 안했고 이상한 책일 거라는 생각도 안했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그냥 제목의 빵집과 자본론이 어떻게 연결될지가 궁금했다. 정답은 빵집 경영에서 자본론의 이론을 적용하고 특히 가르침을 실천해 나간 거였다.


저자인 와타나베 이타루는 약간은 문제아적 소질이 보이는 학생이었고 잘하는 게 없었다. 그러다 농업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회사에 들어갔다가 자본주의적 경영에 실망해 그만둔다. 그 때 (교수인) 아버지가 자본론 읽기를 권한다. 대뜸 회사 그만둔 아들에게 자본론을 왜 권하나 싶겠지만 책을 읽어보면 나름 이유가 있다. 여하튼 그 책을 읽은 후 깨달음은 얻은 저자는 빵집 경영에 자본론을 적용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시골빵집 경영에다가 무슨 자본론을 적용하느냐, 어떻게? 

핵심은 "부패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다"는 것이다.

부패하지 않는 돈이란 무엇인가? 원래 자연계의 물질은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며 순환한다. 태어나는 생명이 있으면 죽는 생명도 있고, 구름이 없어지면 땅에는 비가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만들어낸 자본은 증식을 거듭하며, 소멸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컴퓨터 상에서 숫자만 입력하면 인류 자본의 총량이 늘어나는, 어찌 보면 '사기'와도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빵을 만들던 저자는 세상에서 부패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무언가 썩어 없어져야 새로운 것이 생겨나고 그래야 순환이 일어날 텐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는 '부패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본주의에 반하는 빵집 경영을 해 나간다. 철저히 지역사회와 친환경에 기반하여, '이익을 내지 않는다'는 어마어마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한 것이다.

플라스틱 그릇 대신 죽세공 그릇을 사용하고 2시간 거리에 있는 물을 떠 오고 주변 농가에서 재배한 밀을 사용한다. 정말 많은 노력이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천연 누룩균을 개발하여 그걸로 빵 만들기에 성공하는 장면이 대박이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서 3분간 그 전율이 가시지 않았다. 겨우 빵 만드는 과정을 보고 전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저자의 빵집 '다루마리'에서 만든 빵

그냥 무심코 입에 넣는 그 빵을, 자본주의 사회 하의 획일적인 그것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저자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이제 누가 이 사람을 두고 문제아라 하겠는가? 그는 일상 속에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는 '장인'이었다.


앞서 두 가지 반응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실망 혹은 감탄.

나는 감탄했다. 자본론을 그냥 보면 재미없지만 중간중간에 만화로 설명하면 환기도 되고 집중이 더욱 잘 되듯, 이 책은 자본론을 그렇게 설명하는 한 종류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엄밀하게 자본론을 공부할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꼭 그런 책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가볍게 자본론을 접해보고 싶은 이, 혹은 세상에 둘도 없는 '이익을 내지 않는' 빵집 이야기가 궁금한 이는 펼쳐 보시라.

매거진의 이전글 무엇을 위해 일하고 계십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