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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r 15. 2016

남자의 큰 꿈, <大望>을 권하는 글

시바 료타로, <대망> 1부 독후감

*참고: 제가 읽은 <대망>은 총 36권으로, 그 중 소제목 '도쿠가와 이에야스'인 1권부터 12권까지만 읽고 쓰는 글입니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이 <삼국지>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외톨이였다. 삼국지 내용을 몰라서가 아니다. 읽긴 읽었는데 술 마시는 장비와 간지나는 관우와 힘센 여포, 똑똑한 제갈량 등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전체적인 스토리가 머리에 그려지지 않고 너무 많은 인물 탓에 주요한 몇몇 인물을 제외하고는 거의 기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재미'가 없었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은 모르는데 나만 재밌어 하던 책도 있었다. 그건 <수호지>였다. 수호지에서는 양산박이라는 작은 단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서인지 삼국지보다 이야기를 알아먹기가 쉬웠고, 결정적으로 우리집에 있던 삼국지는 소설책인데 수호지는 만화책이었다. 그래서 나는 관우 장비보다 무송을 더 좋아했다.


<대망> 1부는 일본의 전국시대(중국의 전국시대와 구별하기 위해 센고쿠시대라고 부르기도 함)를 다룬 대하소설이다. 소제목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이니 전국시대의 수많은 무장(다이묘) 중에서도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혹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뭐하는 사람인지 알고 있는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오다 노부나가, 다케다 신겐 같은 이름을 들으면 '어디서 들은 익숙한 이름이긴 한데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일 것이다(물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제외).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전국 각지의 무장들을 제압하여 일본의 통일을 이끌어낸 사람이다. 그리고 그 '일본 통일'이 바로 1부에서 말하는 大望이다.


일본 통일이 어째서 大望이 되는가 하는 문제는 단순히 단어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다. 그냥 '통일하면 좋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다 노부나가가 가장 먼저 일본 통일의 시초를 닦기 전에는 일본은 그야말로 생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저기서 무장들이 서로 영역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일으켰고, 서민은 거기 달려나가 칼을 휘두르다 죽기가 일쑤였다. 물론 그렇게 가장이 죽고나면 아내와 자식은 거지나 다름없는 힘겨운 생활을 해야했음은 물론이다. 그야말로 내부적인 전란(戰亂)의 시대였던 것이다.

이 전란의 비극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 바로 '일본 통일'! 그런 의미에서 통일은 그 어느 인간의 꿈보다도 중요하고 각별한 大望이 된다.


이쯤에서 고백하자면 나는 <대망>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집에 있었고 워낙 방대하니까 대단하 소설인가보다 생각만 했지 이게 일본 소설인지도 몰랐고 전국시대이야기인지도 몰랐다. 말 그대로 백지 상태로 책을 접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흡입력은 상상 외로 강했다. 처음에 대망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탄생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당시 일본에서는 태어난 아이에게 바로 성과 이름을 주지 않고 아명을 붙여줬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아명은 다케치요인데 이 때부터 점차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그려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대망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성장기인 것만은 아니다. 그는 성장하면서 기치보시(후일의 오다 노부나가)의 집안인 오다家에 살기도 하고, 이 오다 노부나가는 장성해서 도키치(후일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부하로 부리게 된다. 이렇게 유명한 전국시대의 3무장(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이 얽혀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가 대망을 읽고서 가장 좋았던 것은 여러 사람의 일생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주인공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야 당연히 출생에서 사망까지 다뤄졌지만 그 외에도 정말 많은 사람이 등장해 죽어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자는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의 일생이 이다지도 허무한가

죽고 나면 모든 게 부질 없구나

노부나가는 인생 50 인생 50 내내 노래하더니 정말로 일찍 죽어버렸구나

천하의 천재라는 히데요시도 아들 사랑이 저렇게 각별했구나 등등...

그 하나하나 生과 死를 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또 세 사람의 공통된 목표였던 '일본 통일' 같은 스스로의 大望은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 그래서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 일본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는 사람에게도 이 대단한 소설을 마음으로부터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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