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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Nov 09. 2021

주체적인 삶이라는 착각

 우리는 어느 정도 우리가 보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의지에 달렸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아침에 모바일로 접하는 뉴스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상위에 랭크된 뉴스와 상위에 떠오른 댓글을 읽는다.

 내가 자주 보는 시간대의 TV 프로그램과 광고 역시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다 '고르는' 행위를 하긴 하지만 광고에 있어서만큼은 아무런 선택권을 갖지 못한다.

 언론사가 고른 뉴스를 보고, 검색사이트가 보여주는 댓글을 보고, 광고회사가 보여주는 광고를 보는 삶 속에서 우리가 내리는 선택이 우리 자신의, 현명한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자기 몸만 한 우리에 갇혀 평생 앞만 보고 살아야 하는 돼지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자기들의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1초라도 더 SNS에 머무르게, 1원이라도 더 소비하게, 그리고 스스로의 생각을 없애려고 한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권력은 돈에서 비롯하며, 사람들이 돈을 더 쓰게 만들어야 그들은 더욱 강해진다.

 우리가 무언가를 소비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진정 우리 스스로에게서 비롯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미 충분히 많은 물건을 가졌는데 남이 새 걸 사서, 광고에 나온 게 새롭고 예뻐서 끊임없이 사들인다. 최근에 구입한 플리스 재킷, 운동화, 시계, 청소기, 목걸이는 당신이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음에도 굳이 다른 핑계를 대며 사들인 것인가 아니면 실질적으로 필요해서 산 것인가?

 틀에 갇힌 돼지가 되지 않는 방법은 적당히 눈을 감고 사는 것이다. 눈을 감고 사는 것이 눈먼 삶이라고 생각하는가? 눈을 감은 사람은 자유롭게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고 24시간 덮쳐오는 쇼핑과 비교의 덫도 피할 수 있지만 눈을 뜬 사람은 지배자들이 보여주는 것을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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