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송 Nov 14. 2021

결국엔 나 역시 평범한 사람이었음을

 몇 년 동안 주식투자를 했다. 크게 번 적도 있고 크게 잃은 적도 있다. 몇 년이 지나 계산을 해 보니 총액은 손실이다. 손실. 가만히 통장에만 두어도 사라지진 않았을 돈이 투자라는 거창한 명목을 달고서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어쩜 이런 비참한 일이 있을 수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투자를 해 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며 어깨를 두들겨준다. 그럴 수도 있지, 나도 그런 적 있어, 힘내. 그런데 투자를 안 해 본 사람들은 공감을 못한다. 애초에 그런 걸 왜 해? 왜 했냐니, 당연히 쉽게 돈 벌 수 있을 줄 알았으니 한 것이다.

 하지만 사실 통계는 이미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를 말리고 있었다. 통계적으로 시장은 연평균 10% 성장하지만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은 그보다 훨씬 못하거나 심지어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결국 나도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투자는 애초에 시작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성공할 것이다'라는 명제가 나를 사로잡았고, 결국 나는 돈을 잃었다. 나 역시 통계 속 한 표본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어떤 면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내가 통계 속 한 표본임에 점차 익숙해져 가는 과정 같다. 아주 어릴 때는 누구나 제한 없는 꿈을 꾼다. 나는 나중에 대통령이 될 거예요, 서울대에 갈 거예요, 백만장자가 될 거예요! 고등학생이 되면 대통령은 공무원이 되고, 서울대는 서울에 있는 대학이 되며, 백만장자는 그저 집 한 채 가진 사람으로 바뀐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1명뿐이고, 60만 명의 수험생 중 서울대 합격자는 3천 명뿐이며, 작은 집 하나 사는 데도 30년 치 월급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탓이다.

 20대 때는 그래도 내가 통계를 뛰어넘는 비범한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내가 좀 더 똑똑하고, 열정 있고, 체력이 넘치고, 운도 좋을 거라 생각했다. 모든 것이 내가 바라는 대로 잘 풀릴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고,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요즘 나는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그게 곧 모든 꿈을 버리겠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통계가 그렇게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통계와 숫자가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는 자체가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다. 사자에게 평균적으로 사자의 악력은 몇 kg라고 알려준다 한들 사자는 그걸 뛰어넘기 위해 통나무 씹기 훈련을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저마다 자기에게 주어진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자산이 없는 가정에서 부유한 가정이 되기 위한 노력, 지금은 뚱뚱하지만 날씬해지기 위한 노력, 지금은 허약하지만 강한 체력을 갖기 위한 노력 등 모두가 저마다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록 통계를 뛰어넘지 못한들 어떠한가. 그렇게 노력하는 과정이 우리 삶의 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행복하면 되는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주체적인 삶이라는 착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