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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Oct 31. 2021

종로의 일 년 전과 오늘

 2020년 10월 18일에 인왕산 야경을 보러 등산을 갔었다. 그때 오후에 안국역에 내려서 노티드도넛에 갔었고, 부암동 주민센터 쪽에서 인왕산을 올랐고, 내려와서는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를 통과해 경복궁역에서 전철을 탔다.

 그리고 오늘 완전히 같은 동선으로 움직여보았다. 딱 일 년 만의 방문이었다. 그런데 노티드도넛에 갔더니 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인 줄 알았더니 도넛을 기다리는 거였다. 너무나 긴 줄에 기가 막혀 도넛을 포기하고 다른 카페를 찾기로 했다. 일 년 전에는 노티드도넛에 줄이 있지도 않았고 가게에서도 손님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생산량 자체를 줄여 일찍 가지 않으면 도넛을 살 수가 없었다. 이제는 손님도 늘고, 그에 따라 생산량도 늘고, 결국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어진 것이다.

 그다음 지도로 찾아서 방문한 카페는 반은 한옥의 마당을 쓰고 반은 그냥 건물을 쓰는 곳이었는데 역시나 앉을 곳을 찾기 힘들었다. 심지어 음료를 받는 데까지 20분이 걸린다고 해서 도저히 기다릴 수 없었다. 나는 일 년 전 한산하던 종로와 오늘이 자꾸 비교되어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길에서 한복을 입고 다니는 외국인도 심심치 않게 마주쳤다.

 갑자기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안국역에서 삼청동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카페가 매우 많았지만 어느 정도 예쁘고 좌석이 있는 카페치고 사람이 득시글대지 않는 곳이 없었다. 결국 카페를 포기하고 노상에 테이블을 차려 둔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었다.

 떡볶이를 먹은 후에 버스를 타러 광화문 쪽으로 가는 데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 보였다. 뭔가 특별한 행사가 있나 싶어 가보니 비눗방울 수천 개를 한 번에 만들어내는 마술사 아저씨가 계셨다.

 한 명이 그렇게 많은 비눗방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난 오늘 처음 알았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여서 공연을 보고 있는 광경도 낯설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밤의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였다. 초입부터 많은 사람들이 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걸음은 활기차기 그지없었다. 불이 어두운 골목골목에선 불콰한 얼굴의 남자들이 담배를 태우고 있었고, TV에 나온 적 있는 맛집 앞에는 십여 명씩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적당한 규모의 술집마다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일요일 밤에 술을 마시려는 사람이 넘쳐났다. 일 년 전에는 이 거리가 죽은 듯이 조용했는데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변해버린 것일까? 자주 다니는 곳도 아니다 보니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위드 코로나의 영향일까? 이제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고 11월부터 어느 정도 규제를 풀게 되니 사람들이 그간 억눌려 있던 욕구를 마음껏 발산하기 시작한 것일까. 사실 백신을 2차까지 맞고 또 맞아도 돌파 감염이 일어나는 질병이라 우리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모든 것을 규제하는 것도 최선의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불안하면 마스크를 쓰고 밀폐된 장소를 피해야 하고, 본인이 백신을 다 맞았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면 예전의 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 어쨌든 '코로나 이전에는 이랬구나'라는 생각을 2020년 3월 이후로 정말 처음 해 본 것 같다. 모두가 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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