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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Feb 21. 2022

진상이 대접받고, 정상은 푸대접받는 역전 세계


 바깥이 소란하다. 목소리가 큰 사람이 전화를 하느라 그런 경우도 있지만 환자가 접수대에서 불평을 하는 일도 간혹 있다. 불평을 하는 이유야 매번 다르지만 이번엔 사전 안내가 정확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사실 우리 직원이 잘못한 것은 없는데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등 여러 가지에 대한 설명 자체가 어려운 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노인분들께 키오스크 설명법을 아무리 알려드려도 잘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아예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 상황과 같다고나 할까.

 언성이 높아지자 병원 분위기 자체가 안 좋아지고, 접수처 직원이 한참 쩔쩔매니 그제야 원무과에서 관리자가 나와 상황을 정리하려 든다. 결국 거듭된 설명과 사과 끝에 소란은 가라앉지만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목소리 큰 사람 말에 자꾸 맞춰주다 보면 사회가 이상해질 수밖에 없지 않나?

 일의 처리 과정에 문제가 없었음에도 억지를 부리며 뭔가를 요구하는 경우에 소비자는 '진상'이 된다. 문제는 진상이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트코에서 무료 양파를 마구잡이로 퍼 가는 사람, 한의원 로비에 놓인 커피를 마구 집어가는 사람, 정장을 구입한 뒤 한 번 입고 반품하는 사람, 음식 배달 어플에 악플을 달겠다며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진상들은 사회 곳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그 비용을 정상적인 사람에게 전가한다. 결국 정상인들은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 게 아니라 명백히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진상은 이런 사회 현상에 대해선 절대 고민도 하지 않으리라. 아무리 진상을 바꾸려고 해 봐야 제 부모 말도 안 들을 인간들이 생판 남인 내 말을 들을 리가 없다. 그러니 일단 진상이 만족하고 돌아갈 만한 선에서 문제를 해결해주자. 하지만 정말 잘해줘야 할 사람들은 평소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가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다시 한번. 진상에게 쓸 에너지를 아껴 정상인에게 쓰자. 그것이 이 불행한 사회를 조금이나마 더 낫게 만들고 서로가 서로에게 친절하게(정상적으로) 대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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