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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Feb 23. 2022

헬스 하는 소양인, 닭가슴살 먹어도 괜찮다

 오랜만에 식단을 시작했다. 되도록 집에서 먹는 끼니는 닭가슴살과 고구마를 먹는 아주 단순한 식단이다. 그리고 중간중간 바나나와 방울토마토를 먹을 수 있게 준비했다. 낮에는 보통 병원에서 급식을 먹는데 굳이 이것까지 바꿔야 할 정도로 급하게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도시락을 싸다니는 것도 귀찮아 한 끼는 일반식을 먹기로 했다.

 오늘 아침, 믹서기에 곱게 간 닭가슴살과 고구마의 걸쭉한 혼합물을 마시다 문득 헬스 하는 소양인들은 닭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무언의 불안감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상체질에 관심이 많은 편이고(MBTI만큼은 아니지만) 워낙 대중매체에서 자주 다루다 보니 체질별 섭생법도 잘 알고 있다. 소양인은 닭고기가 안 맞고, 소음인은 찬 것이 안 맞고 하는 것이 체질별 섭생법인데 이 이야기에 따르자면 소양인 헬스인은 단백질을 다른 것으로 보충해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양인도 닭고기로 단백질을 보충해도 아무 문제없다. 왜? 같은 닭고기여도 어떻게 먹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조리의 방법에 굽기, 찌기, 삶기, 튀기기 등이 있는데 여기서 가장 안 좋은 것은 튀긴 것이다. 나머지 굽기, 찌기, 삶기의 세 가지 방법은 별반 차이가 없으므로 마음껏 먹어도 좋다. 그러나 조리의 방법만 신경 쓰면 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소스의 여부다. 삶은 닭고기여도 매운 양념에 찍어먹으면 소양인에게 좋지 않다. 닭고기보다도 소양인의 건강을 뚜렷하게 해치는 것은 매운 양념 쪽이다. 비교를 하자면 후라이드 치킨을 먹는 것과 매운 양념을 바른 삶은 닭고기를 먹는 것 중에서 후자가 더 나쁘다고 본다.

 내가 소양인의 닭고기 섭취에 대해서 이렇게 확신을 갖고 말하는 것은 내가 소양인이며 닭고기를 많이 먹어보았기 때문이다. 한창 운동을 할 때 나는 하루 700g의 닭가슴살을 섭취했다. 그래야 150g 정도의 단백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700g의 닭가슴살이면 손바닥만 한 것으로 다섯 덩어리가 넘는다. 그렇게 많은 닭고기를 거의 200일 동안 연속으로 먹었는데 닭고기가 소양인에게 무조건 안 좋은 음식이었다면 이미 나는 몸이 크게 상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200일 동안 나는 건강에 아무런 이상 신호가 없었고 도리어 열심히 운동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한 덕분인지 전반적으로 건강이 매우 좋아졌었다. 

 튀긴 닭고기나 매운 양념이 묻은 것이 매우 해롭다는 것도 경험에 기반해서 하는 이야기다. 뭘 먹어도 잘 먹는 나지만 치킨을 먹고 나면 몸에 한 두 군데 두드러기가 나거나 다음날 설사를 한다. 매운 양념은? 일단 다음날 설사 확정이다. 이것은 기름에 튀기는 조리법과 매운 양념이 모두 원래 소양인의 몸에서 넘쳐나기 쉬운 열을 더욱 돋우기 때문이다. 삼계탕을 피하는 것도 삶은 닭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 같이 넣어주는 인삼 때문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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