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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y 09. 2022

돈 돈 하면 안 되는 진짜 이유

폐업 후 3주째, 나는 오늘도 6시 30분에 일어났다. 출근은 안 하지만 기상시간이 몸에 밴 탓이다.

2019년 2월에 취업해 38개월간 일했다. 중간에 한 번 이직했고, 피고용인에서 고용주로의 변화도 있었지만 일을 쉬진 않았다. 기본적으로 주 5.5일 일했고 때로는 일주일 내내 출근할 때도 있었다.

그간 빚은 많이 갚았다. 학자금 대출도 다 갚았고 마이너스통장도 0원이라는 놀라운 숫자를 기록했다. 그렇게 평가하자면 나의 38개월은 참 알찬 것이었다. 무서운 건 그 숫자로 평가하는 것만 내 삶의 유일한 가치인 것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돈, 돈 하며 살다 보니 인생의 가치관이 그렇게 기울어버렸다.


쉰다는 것이 마치 부적당한 일 같다.

수입은 없는데 쓰기만 한다는 것이 죄악 같다.


하지만 내가 원래 그렇게 일하기 위해서 태어났던가. 생시에 나는 아무것도 없이 빈손이었고 죽을 때도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

뉴스에서는 심심치 않게 유명인의 돌연사를 보도한다. 꼭 유명인이 아니라도 주변에선 늘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다. 작년인가 재작년에도 혈기왕성하기로 유명하던 한 한의사가 돌연사하기도 했다.

물론 돌연사가 인생의 무의미함을 뜻하진 않는다. 그들은 나름대로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 애썼을 테고, 많은 문제들과 부딪치며 살아왔을 것이다.


허무에 젖어 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돈이나 인생의 성과만 쫓으며 살아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가족만 돌보며 사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내가 행복해야 가족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취업 공고를 둘러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절대 취업할 생각이 없다.

빚을 갚아야 한단 일념으로 살아오는 시간 동안 나는 그전에 내가 살고 싶던 인생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린 듯하다. 안타깝고 분하다.


어제는 픽사의 스토리텔러가 쓴 책을 샀다. 그 책에선 나를 흥분하게 하는, 즐겁게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 <호랑이형님>을 최근 가장 재밌게 본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내가 쓰는 것은 불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해 보기 전에는 모르기 때문이다. 돈 버는 것 말고, 다시 나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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