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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y 14. 2022

체력이 약하니까 운동하기 싫고 그래서 더 약해져요

 캐나다 워홀 당시, ESL 모임에서 알게 된 친구가 있었다. 한두 살 어린 이 친구의 영어 이름은 Zoe. 워킹홀리데이로 왔지만 영주권을 목표로 하고 있고, 원래 하는 일은 3D 애니메이터라고 했다. 나도 당시에는 영주권을 염두에 두고 있기도 했고 대화가 통하는 친구라 우린 밴쿠버에서 종종 모임을 가지곤 했다. 그리고 내가 2018년 9월에 캐나다를 떠나면서 우리의 인연은 거의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한 달 전인가, 갑자기 Zoe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연락이 너무나 반가웠던 것은 캐나다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부분 연락이 끊겼을 뿐 아니라 한국 전화번호를 쓰게 되면서 카카오톡 ID가 바뀌어 연락할 방법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Zoe는 내가 캐나다 워홀 책을 쓰고 나서 올린 홍보글을 통해 나를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인터넷에 남긴 흔적이 도움이 됐던 것이다.


 거의 4년 만에 만난 Zoe는 통통했던 얼굴이 조금 갸름해진 것 말고는 별로 변한 게 없었다. Zoe 역시 내게 변한 게 거의 없다고 했다. 둘 다 삼십 대 초반이니 사실 아직 노화가 진행될 나이가 아니라서 그럴 것이다. Zoe는 다음에 만날 땐 많이 늙어 있겠다며 농담을 했다.


 Zoe는 사실 그동안 꽤 많이 아팠다고 했다. 캐나다에서도 코로나가 퍼지면서 강력한 셧다운이 실시되었고, 때문에 유일하게 하던 운동인 요가마저 못하게 되면서 건강이 많이 상했다는 것이다. 몇 달 전 영주권을 취득하고 한국에 돌아와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도 받고 요양을 하면서 그나마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한의사의 관점에서 Zoe를 보자면 체질적으로 심허/폐허를 낀 사람이다. 얼굴이 창백하고, 손발이 차고, 맥이 약하다. 임상적으로 저혈압인 경우가 많고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격한 운동을 싫어한다.

 나는 Zoe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수칙을 알려주었다.

 - 선천적으로 심폐기능이 약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고 가벼운 운동에도 숨이 찬 사람은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한다. 평소에도 수축력이 약한 심장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약해질 것이다. 그러면 혈액순환은 더욱 되지 않고 숨도 더 차게 된다. 지금 빨리 걷기만 해도 숨이 찬 상태라면 하루에 30분씩 숨이 차도록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꾸준하게 일 년 정도 운동을 하고 나면 점점 운동하기가 수월해지고 전반적인 체력과 건강 상태도 많이 향상될 것이다.


 사실 건강하게 사는 건 어렵지 않다. 누구나 자기가 고쳐야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기에 실천하지 않는 것뿐이다.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가장 하기 싫은 것이 자기 몸에 가장 필요한 것이다. 일찍 자기 싫어 밤을 새우는 사람은 반드시 수면 습관을 바꿔야 하고, 밥이 먹기 싫어 불규칙하게 먹는 사람은 반드시 식사 습관을 고쳐야 하는 것과 같다.


 Zoe 역시 자기가 할 일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는 Zoe의 심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남들만큼의 보통 체력이었다면 운동을 꾸준히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남들은 30분 달려야 힘든데 본인은 15분만 달려도 힘드니 더욱 괴롭고 하기 싫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원래 역경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그 묘미가 있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꾸준히 운동해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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