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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n 17. 2022

또 내가 손절하니 오른다

 이번 달에 목돈이 필요해서 눈물을 머금고 들고 있던 주식의 절반 가까이를 덜어냈다. 사실 내 평단보다 주가가 낮아진지는 반년이 넘었기 때문에 그전부터 계속 애태우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좀 오르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있다가 결국 돈 필요한 시기에 손절을 해버린 것이다. 이번에 확정된 손실은 무려 2천만 원. 아반떼 한 대를 살 수 있는 돈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다.


 더 가슴 아픈 건 어제와 오늘, 장은 그렇게 좋지 않은데도 내가 손절한 종목만 이틀 연속으로 장대양봉을 그려냈다는 것이다. 만약 오늘 같은 양의 손절을 했다면 손실은 1천만 원 내외였을 것이다. 이틀 차이로 1천만 원이 정말 허무하게 사라진 것이다. 1천만 원을 벌기 위해 내가 들여야 했던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뼈가 아프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느껴진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인간 지표라는 말이 농담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내가 손절만 하고 나면 수많은 종목들이 올랐다. 심지어는 팔고 나서 10분 뒤에 상방 vi가 걸리면서 상한가를 친 종목도 있었고, 하루에 500만 원을 손절했는데 그 종목이 석 달 뒤에는 3배가 되어 있었던 적도 있다.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1) 사는 타이밍, (2) 투자의 기한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사실 살 때는 "나는 이거 10년 들고 갈 거야" 하고 큰소리치는 사람도 수익률에 -20% 넘게 찍히기 시작하면 고민을 시작한다.

 '이거 진짜 괜찮을까? 지금이라도 팔아? 아냐, -20%면 손해가 얼만데. 그래도 더 떨어지면 어쩌지? 물을 탈까?'

 하지만 물타기 전에 생각을 해야 되는 건 -20% 일 때 1:1 비율로 물을 타야 겨우 -10%가 된다는 것이다. 1억 원 매수했는데 그걸 1억 더 매수한다는 건 종목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런 사람이 과연 100명 중 몇이나 될까?


 높이에 대한 공포에 대해 통계적으로 사람은 11미터에서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는 이야기가 있다. 입증된 이론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내 생각엔 주식 수익률에서 사람은 -30%에서 가장 큰 공포를 느끼지 않나 싶다. -10%는 사실 무섭지 않고, -50%쯤 되면 이미 내 손을 떠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30%는 여기서 잘 정리하고 다른 종목을 잘 사면 회복할 수 있을 것도 같고, 어쩐지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뭐, 늘 그런 것을 어쩌겠나. 처음 투자할 때 생각했던 것처럼 주가가 팍팍 올라서 큰돈을 벌고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난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킬 줄도 몰랐고 코로나+전쟁의 콤보로 전 세계의 물류 생산과 이동에 문제가 생길 줄도 몰랐다. 이제는 아직 남은 주식을 끝까지 들고 가는 수밖에. 그나마 이것도 잘 풀리지 않으면 또 손절해 다른 개미들을 구원하는 희생양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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