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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n 26. 2022

대진의 세계


한의원 원장이 휴가 등의 사유로 자리를 비울 때 다른 한의사를 임시로 고용해 자리를 메꾸는 것을 대진이라고 부른다. ‘대신 진료’의 준말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을 두 세계가 만난다고 비유하는 경우가 있다. 태생부터 모든 성장과정에서 사람은 상이할 수밖에 없고, 때문에 실은 우리 모두가 똑같은 세계가 아니라 각자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에서 대진은 한의사와 한의사의 세계가 만나는 일이고, 스스로 보편적이라고 생각했던 치료•인테리어•동선 등이 실제로 보편적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편, 한의원은 개인 사업장이라 보통 다른 한의사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서로의 세계가 접할 기회는 더욱 드물고 그래서 대진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번에 대진하러 갔던 곳은 군 단위 도시의 면 단위 소재지에 있었고, 뜻밖에도 volume effect를 적극적으로 치료에 활용하고 있어 다소 놀랐다. 또한 시골에선 역시 수도권보다 훨씬 영업시간을 짧게 하며 그게 보편적인 기준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야간진료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한의원에서 조용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 어찌나 좋던지, 나는 시골에서 개원하는 것에 대해 한층 진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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