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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n 30. 2022

절반의 의심과 절반의 확신

 공모전에 단편소설을 제출했다. 마감을 2시간 앞두고 겨우 퇴고를 마쳤다. 사실은 더 손을 봐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시간이 없고 지쳤을 때는 그냥 나를 믿기로 한다.


 기록을 확인해보니 올해 처음 쓴 단편소설이다. 공모전도 얼마 만에 도전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폐업 후 일과 돈 이외의 가치를 찾는 것에 주력했고, 다시 책을 읽고 글 쓰는 것에 습관을 붙이고 있다. 그래서 마감일자가 적당히 남은 공모전을 골랐고,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해 한 편의 소설을 써냈다.


 내가 처음 소설을 쓴 건 15살 때의 일이고, 그때 출판을 했지만 사실 그때의 내 작품을 나는 잘 읽지 못한다. 몇 개가 되는지 모를 소설에서 몇 개나 되는지 모를 콘셉트를 차용해 적당히 먹을 만한 짬뽕으로 잘 끓여낸 것이 내 첫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읽으면 수준 낮은 필력으로 출판을 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친구들에게조차 이런 심정을 솔직하게 밝힌 적은 없다. 뭔가 내 자식을 부끄러워하는 부모가 된 것 같은 죄책감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이후 장편소설은 쓴 적이 없지만(쓰다가 중단된 소설은 몇 편이 있다) 단편소설은 그래도 너무 긴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완성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꾸준히 써 오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쓴 작품일수록 더 마음에 든다. 글을 더 잘 쓰게 된 것은 아니고 나이가 들면서 문장에 감정을 절제하는 방법을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어릴 때 쓴 문장일수록 독자가 부담스럽게 느낄 정도로 감정을 많이 표출했고 그것이 내 개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삶의 태도가 조금 변했고 그게 문장에 반영되는 것 같다.


 항상 공모전에 작품을 낼 때마다 절반의 확신과 절반의 의심이 든다. 여태 쓴 것 중 가장 잘 썼고 느낌도 좋다는 확신, 그리고 이 정도 글은 쓸 수 있는 사람이 널려 있을 거라는 의심이다. 해가 동쪽과 서쪽에서 동시에 뜰 수 없는 것처럼 확신과 의심이 한 사람의 내면에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이렇게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딱 절반의 확신과 의심을 품은 채 출품을 한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그렇지 않다면 다음에 더 좋은 소설을 쓰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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