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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l 19. 2022

무엇을 독점해 이윤을 독식할 것인가

밀렌드 레레, <독점의 기술>

 밀렌드 레레의 <독점의 기술>은 독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윤 창출에 관여하는지 잘 설명해주는 서적이다. 아쉬운 것은 이 책의 초판이 무려 1991년에 발행되었다는 것이다.(goodreads에 따르면 그렇다.) 개정판이 2005년에 발행되었고, 한국에서 번역 및 출간된 <독점의 기술>은 2005년 버전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책에 나오는 사례들이 지금 2022년에 우리들이 보기에는 너무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런 점을 참고해서 읽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내가 일하는 영역에는 어떠한 독점이 있는가?

 한의원과 한방병원의 영역에는 어떠한 독점이 있을까? 혹은 과거에 있었을까?


 규모의 영역: 가장 먼저 한방병원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던 자생한방병원.

 진료 분야의 영역: 한방 소아과 분야를 선점한 함소아한의원. 비염 치료의 편강한의원. 


 현재 그들의 주소는?

출처: 사람인

 자생한방병원의 영업이익은 해가 갈수록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남. 하지만 여전히 건재하며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모커리 한방병원이 7개 지점이 있는 반면, 자생한방병원은 20개 넘는 지점을 보유하고 있음.

출처: 사람인

 함소아한의원은 70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이누리한의원이 전국 27개 지점. 역시 영업이익은 감소했으나 지점 숫자를 보면 여전히 업계 1위로서 건재한 모습.

출처: 사람인

 사람인에 따르면 (주)편강은 2016년과 2017년에 매출 28억, 29억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1억 및 2.5억을 기록함. 편강탕 외 TV광고까지 집행하는 비염치료 한의원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으므로 여전히 독점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음.


 최근 한의계에서 영역이 확대되는 부분은?

 

출처: KOSIS

 2020년부터 꾸준하게 한방병원이 증가하는 모습. 2021년 말과 2022년을 비교해도 한방병원이 13%나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음. 반면 한의원은 0.3%의 증가율을 보여 정체기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음.

 광주, 울산, 충남, 경북, 경남, 제주에서는 한의원의 감소가 눈에 띔.


 한의계의 어떠한 영역에서 새로이 독점을 창출할 수 있는가?

 최근 독점 영역 창출의 사례로 한음 한방 신경정신과 한의원을 꼽을 수 있음. 이미 지점이 21개나 되는 대형 프랜차이즈. 그간 한방 신경정신과는 해당 전문의들이 개인 한의원에서 알음알음 꾸려나가는 영역이었는데 양방 신경정신과 약의 부작용(졸림, 멍해짐, 식욕 변화 등)으로 인해 한방치료를 찾는 수요가 생겨난 것으로 보임.

 <독점의 기술>에서는 독점의 패턴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1. 수요의 출현
2. 타성에 젖은 현 서비스 제공자
3. 새로운 능력

 한음 한의원은 잠재적인 정신과 영역에서의 한방치료를 원하는 수요를 읽어낸 것이다. 또한 독점을 할 때는 선점의 속도가 중요한데 빠른 확장세로 보아 한음 한의원의 대표는 <독점의 기술>에 뛰어난 듯하다.


 한의계에 또 어떠한 잠재 수요가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난임이나 현재 대부분의 한의원이 난임 진료를 하고 있으며 난임을 특화한 한의원도 적지 않은 상황. 

 통증의 경우, 통증 치료를 1순위로 하겠다던 한의원/한방병원들마저 교통사고 입원 진료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보아 정형외과/마취통증의학과/신경외과 등과의 경쟁이 심한 것으로 추정됨. 

 매우 소수의 한의원에서 파킨슨병이나 틱장애 등 난치질환을 보고 있기는 하나 접근 자체가 어려운 영역임.

 이 부분은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볼 문제.


 내가 체감하는 독점의 기술

<독점 성공의 경우> 

우리 동네에 자주 가는 닭칼국수 집이 있는데 내 생활 반경 안에서 닭칼국수를 파는 집은 딱 이 집 하나뿐. 닭개장 역시 이 집에서만 판매함. 따라서 대체할 수 있는 식당이 없으므로 자연스레 자주 방문하게 된다.

 

<독점 실패의 경우>

군산에서 참돔을 잡는 캐리비안 호라는 배를 자주 탔었다. 그런데 종종 사무장의 일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군산 전체적으로 참돔 조황이 안 좋아서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이후 홍성, 태안, 대부도 쪽으로 아예 낚시 장소를 옮기고 선박도 가장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바꿨다.


 카페 장사가 어려운 이유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두 가지 분류가 있다.

 1. 그냥 카페인이 필요해서 마시는 사람(커피 맛을 잘 모르는 사람)

 2. 커피 맛을 즐기는 사람

 그리고 확실하지 않지만 70% 정도의 사람이 1.에 해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떤 번화가에 100명의 유동인구가 있으면 70명은 눈에 띄는 자리에 있는, 값싸고 양 많은 커피를 사 먹는다. 컴포즈커피, 메가커피, 빽다방 등등 저렴한 카페의 대명사가 바로 이러한 수요를 노린다. 이 경우는 일단 눈에 띄어야 하므로 무조건 1 급지에서만 해야 하며, 1 급지에서도 500원 경쟁하다가 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나머지 30명의 2.에 해당하는 사람은 커피가 맛있는 집을 찾는다. 이 경우에는 사장님이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대신 이 경우에는 위치가 2급이어도 괜찮다.


 문제는 카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노려야 하는데 2.에서나 가능한 상권에 들어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월세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2 급지에 맛이 특별하지 않은 카페를 차리면 망할 수밖에 없다.

 1.끼리 경쟁할 때는 정말 100원, 200원 차이로 사람들이 옮겨 다니므로 박터지는 경쟁에 육체도 정신도 지치기 쉽다. 그래서 카페 장사가 어렵다.


 내 한의원은 메가커피인가, 슈만과클라라인가

 카페와 마찬가지로 한의원도 동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진료를 다 보는 메가커피 스타일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당연히 자리 선정에 가장 큰 공을 들여야 한다. 좋은 자리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독점]의 효과가 있다.

 경주에 있지만 국내에서 맛 좋은 카페 TOP3에 든다는 슈만과클라라 스타일인 한의원도 있다. 전국에서 환자들이 찾아가는 한의원을 한다면 자리도 중요하지만 입소문을 타는 게 더 중요할 것이다.

 내가 슈만과클라라가 될 확신이 없다면 경영 전략을 당연히 메가커피가 되어야 한다. 좋은 자리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한의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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