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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27. 2021

오늘 같이 추운 날 딱 좋은 김호연 작가의 소설 두 편

김호연, <망원동 브라더스><불편한 편의점> 독후감

 참 춥다. 영하 15도까지 떨어진 기온 때문에 춥고, 누구를 골라야 할지 모를 대선판 때문에 춥고, 오르지 않는 월급 때문에 춥고, 코로나로 창궐해 춥다. 이래저래 춥기만 한 요즘, 읽고 나면 왠지 힘들고 구질구질한 삶이 사랑스러워지고 마음이 훈훈해지는 소설 두 편을 소개한다. 김호연 작가의 <망원동 브라더스>와 <불편한 편의점>이다.


 <망원동 브라더스>에는 참 쉽지 않은 인생 넷이 등장한다. 하나는 성공하지 못한 만화가, 하나는 기러기 아빠, 하나는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받은 중년, 하나는 고시생이다. 사실 만화가야 주변에 없을 수도 있지만 기러기 아빠부터 고시생까지는 우리 주변에 하나쯤 있을 법한 사람들이다. 김호연 작가는 이들의 고충을 생생하게, 약간의 유머를 담아 그려낸다. 

 처음에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다 보면 '이야, 이것 참 답이 없네' 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진퇴양난, 악전고투, 백척간두? 우리 인생에도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망원동 사형제는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어찌어찌 위기를 벗어난다. 위기를 벗어나 또 다른 위기가 오나 싶지만 거기서도 좌절하지 않고 무언가를 해낸다. 그런 모습이 역시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준다.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심야에 일어난 바닷가 드라이브다. 나는 무언가를 하기 전에 계획을 먼저 세우는 편이라 충동적으로 바닷가 드라이브를 간 적은 한 번도 없다. 200km 넘는 길을 혼자 운전하는 것도 부담스럽거니와 거기서 밤바다를 봤는데 10분 보고 질리면 어떡하나 하는 소심한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망원동 브라더스 같은 친구가 주변에 있다면 그런 호사스러운 낭만을 한 번 즐겨보고 싶다.


 <불편한 편의점>은 조금 다른 이야기다. 이 소설 역시 <망원동 브라더스>처럼 서울의 한 동네를 배경으로 삼아 전개된다는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옥탑방이 아닌 편의점이고, 주인공은 만화가가 아니라 서울역에서 나타난 정체불명의 노숙자다. 그것도 예전의 기억이 없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노숙자의 정체를 천천히 밝혀 나가는 것도 흥미롭지만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의 사연이 참 재밌다. 어떤 사람은 야간 알바인 주인공과 싸우다 친해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야간 알바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편의점을 거쳐가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 중 당신과 비슷한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쌍둥이 자매가 나오는 이야기에서 눈시울을 조금 붉혔지만 이 소설은 올해 출간됐기 때문에 내용은 밝히지 않는 것으로.


 아무튼 이래저래 팍팍하기만 한 요즘, 잠시 잊고 살았던 사람들의 따스함을 상기할 수 있는 좋은 소설이기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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